'일본인이 대다수' 글로벌·현지화 그룹, 한국서도 잘 나가네

대형 3社 소속 NCT 위시·앤팀·넥스지…한국·일본 '쌍끌이' 인기 돌풍
"양국 시장 유기적으로 연결돼 성과로…팬들과 심리적 거리감 최소화하려 노력"

이태수

| 2025-11-22 14:18:37

▲ 엔시티 위시, 젠지의 아이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로그먼트 빌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14 jin90@yna.co.kr
▲ 앤팀 한국 데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그룹 앤팀(&TEAM)이 2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한국 데뷔 미니 1집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8 mjkang@yna.co.kr

'일본인이 대다수' 글로벌·현지화 그룹, 한국서도 잘 나가네

대형 3社 소속 NCT 위시·앤팀·넥스지…한국·일본 '쌍끌이' 인기 돌풍

"양국 시장 유기적으로 연결돼 성과로…팬들과 심리적 거리감 최소화하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룹 NCT 위시(SM엔터테인먼트), 앤팀(하이브 산하 YX 레이블즈), 넥스지(JYP엔터테인먼트).

올해 하반기 K팝 시장에서 인기를 끈 이들 세 팀의 공통점은 일본인 멤버가 팀 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글로벌 혹은 현지화 그룹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보이그룹과는 다른 조합과 신선한 매력을 앞세워 당초 겨냥했던 일본 시장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NCT 위시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 3일에 걸쳐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연 첫 단독 콘서트는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됐다.

한국인인 시온·재희를 비롯해 일본인 리쿠·유우시·재희·료·사쿠야로 구성된 이들은 올해 9월 세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 첫 주 140만장 가까이 팔아치워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NCT 위시는 지난해 2월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SM 타운 콘서트에서 공식 데뷔해 한국과 일본에서 꾸준히 각각 음반을 내 왔고, 데뷔곡 '위시'(WISH)를 시작으로 '송버드'(Songbird)·'스테디'(Steady)·'팝팝'(poppop) 등으로 TV 음악프로그램 1위를 거머쥐었다.

하이브 산하 YX 레이블즈에서 지난 2022년 선보인 일본 현지화 그룹 앤팀은 지난달 한국 데뷔 미니앨범을 내놔 발매 당일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한국인인 리더 의주를 제외한 케이, 후마, 유마, 조, 하루아, 타키, 마키 7인은 일본인, 니콜라스는 대만인이지만 이질감 없이 성공적인 한국 활동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또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지난해 데뷔한 7인조 넥스지 역시 멤버 7명 가운데 6명이 일본인이다. 한국 국적인 멤버 소건도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이들은 지난달 힘 있는 퍼포먼스를 앞세운 신곡 '비트-복서'(Beat-Boxer)로 팬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이들 세 팀은 모두 일본인 위주로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NCT 위시와 넥스지는 한국을 기반으로 일본 등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그룹', 앤팀은 '일본 현지화 팀'을 지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가요계에서는 외국인, 그것도 일본인 멤버가 1∼2명이 아닌 대다수를 차지하는 팀이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만큼 K팝의 세계화가 진척됐다는 증거라고 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제 K팝은 단순히 한국 음악이 아닌 '글로벌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며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과 형태를 통해 국가, 지역, 언어의 경계를 넘어 동시다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글로벌 혹은 현지화 그룹이라 하더라도 자연스레 국내 팬들과 교감하고 사랑받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재상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앤팀의 성공을 언급하며 "일본 가수의 한국 앨범이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1위를 한 것은 앤팀이 처음"이라며 "K팝 팬덤과는 다른 팬층이 형성되면서 팬들의 자연스러운 유입이 이뤄진 점이 확인됐다. 글로벌 제작 역량과 '멀티 홈 멀티 장르'(세계 각지에 K팝 고유의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되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현지 가수를 육성하는 방식) 전략이 양국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들 글로벌·현지화 팀들은 결성 당시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일본 외에도 한국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팬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오려 힘을 쏟았다. 위버스나 버블 등 팬 소통 앱의 도입은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현록 하이브 재팬 대표는 "앤팀은 데뷔 때부터 국가나 언어의 경계를 넘는 보편적인 감정과 메시지를 음악에 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제작진이 앨범 작업에 참여해 K팝적 서사와 글로벌한 음악적 접근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형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앤팀은 일본어뿐만이 아니라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언어 소통이 가능한 팀으로, 공연과 팬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가능한 한 다양한 언어로 접근하며 팬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미션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출신 이들 가수들이 한국어 실력을 갈고닦고,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또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일본과의 대중문화 교류가 활발해 K팝 팬들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나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은 문화적으로 이미 친숙하다는 게 큰 장점으로, 양국 팬들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공통점을 쉽게 찾아낸다"며 "해외에서 열리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가기에도 다른 국가보다는 가까운 일본이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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