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우
| 2022-12-14 17:50:49
무수한 선택으로 빚어낸 삶의 찬란함…뮤지컬 '이프덴'
토니상 받은 브라이언 요키·톰 킷 작품…국내 초연 개막
탄탄한 극본·음악으로 지루할 틈 없어…"음악의 힘 대단한 작품"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 엘리자베스는 모든 선택 앞에서 확률을 따지며 누구보다 신중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내린 선택의 결과는 언제나 후회 뿐. 그런 엘리자베스를 신이 불쌍히 여기기라도 한 걸까. 여느 때처럼 사소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던 엘리자베스의 삶은 이 선택을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평행 우주로 나뉘어 관객 앞에 펼쳐진다.
지난 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으로 개막한 '이프덴'은 사소한 선택으로 인해 갈라진 한 사람의 두 가지 일생을 현실적이고도 공감가는 이야기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극작가·작사가인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 콤비가 2013년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듬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고, 뮤지컬 수록곡은 발매 직후 브로드웨이 앨범 차트 1위와 '빌보드 200' 19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프덴'은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연출을 맡은 연출가 성종완은 14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언론 사전 공개행사에서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첫사랑과 10년간의 결혼에 처참히 실패하고 39살 '이혼녀이자 중고 취업준비생'이 된 엘리자베스. 10년 만에 돌아온 뉴욕에서 그녀의 삶은 사소한 선택으로 '리즈'와 '베스'의 두 갈래 삶으로 나뉜다.
리즈는 군의관 조쉬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고, 두 아이와 한 가정을 책임지는 '워킹맘'의 삶을 살아간다. 반면에 베스는 조쉬와의 운명적 만남을 놓치는 대신 시청의 도시계획사업 책임자라는 꿈의 직업을 갖게 된다.
'일과 사랑'이라는 젊은이들이 흔히 고민하는 두 개의 선택지의 삶을 모두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임신과 육아의 고충, 직장과 인간 관계의 어려움 등 현대인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정선아는 "일과 커리어에 중점을 둔 베스의 삶과 가정을 이루고 사는 리즈의 삶이 모두 공감이 갔다"며 "특히 최근에 임신과 출산을 한 입장에서 리즈에게 이입되는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평범하게 보일 수도 있는 한 여성의 삶을 무대 위에서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다름 아닌 음악이다.
팝부터 블루스, 록,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음악으로 엘리자베스의 삶에 다채로운 색을 더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극의 내내 감미로운 발라드부터 폭발적인 고음까지 소화하며 극을 이끌고 나간다.
구소영 음악감독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 중 단언컨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작품"이라며 "음악이 등장인물의 모든 심경 변화와 갈등, 이야기 흐름에 전부 맞물리며 꽉 짜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덕에 이 작품만의 템포와 색감, 다른 작품과 구분되는 개성적인 음악이 나왔다"고 했다.
'이프덴'의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주인공 '엘사'의 목소리를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뮤지컬 배우 이디나 멘젤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 정선아 역시 "내가 음치, 박치일까 의심할 정도로 정말 노래들이 어려웠다"며 "음악의 힘이 참 대단하고 음악이 연기에 녹아들어서 대사가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리즈와 베스의 두 평행우주는 그 방향만 다를 뿐, 모두 각자의 상실과 아픔을 안고 나아간다. 누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아프지 않은 인생도, 또 아름답지 않은 인생도 없다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진다.
엘리자베스의 친구이자 동성 커플인 케이트와 앤, 오랜 친구인 루카스와 스티븐 등 주변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서사를 가지며 이야기를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든다.
"작품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엘리자베스가 타인의 선택이 아닌 본인의 선택을 통해 삶을 살고 그 장단점을 모두 본인이 책임진다는 거예요. 관객분들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고 이입하며 울고 웃을 겁니다."(정선아)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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