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성
| 2023-09-21 14:09:18
'순신' 이지나 연출 "이순신 판소리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서울예술단이 무용과 판소리로 표현한 이순신의 업적과 고뇌
'난중일기' 기록된 꿈 이야기 엮은 총체극…11월 7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순신의 일생을 나열하려 했다면 50부작 드라마를 만들었겠죠.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이순신의 초인적인 힘을 신체로 표현하려 합니다. 설명하자면 '순신'은 무용과 판소리가 만난 뮤지컬입니다."
서울예술단의 신작 '순신'은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운 공연이다. 성웅 이순신의 업적과 고뇌를 표현하기 위해 무용, 판소리, 뮤지컬의 요소를 한데 모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다채로운 장르를 통합한 장르인 '총체극'이라는 용어를 활용하며 독창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지나 연출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순신'은 다양한 장르가 융·복합된 총체극"이라며 "이순신을 연기하는 배우는 무용으로 육체적 고통을 표현한다. 이순신의 해전은 판소리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순신을 주제로 어떤 무대예술을 만들어야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영화는 편집으로, 뮤지컬은 노래로 차별점을 보여주지 않나. 그렇다면 이순신을 몸으로 표현해야 우리만의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이순신이 '난중일기'에 기록한 40여 개의 꿈 이야기를 엮어 인물의 내면을 전달한다. 해전을 표현한 판소리는 수년 전 이순신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제안받은 순간부터 구상해온 아이디어였다.
"이자람 작창과 뮤지컬을 준비하던 중 적벽대전을 표현한 판소리 '적벽가'를 듣고 '이순신에 대한 판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뮤지컬은 무산됐지만 서울예술단에서 '순신'을 제안받자마자 이자람 작창에게 연락해 작업을 시작했죠."
이자람 작창은 서술자 역할인 무인으로 무대에 올라 주요 해전의 장면을 소리로 묘사한다. 그는 전쟁 장면을 정통 판소리로 재구성하고, 이후 정통 판소리를 현대적인 소리로 교정하는 과정을 거쳐 장면을 완성했다.
이 작창은 "판소리가 원체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산도 대첩을 표현한 곡은 멋지게 나왔다고 자부한다"며 "판소리와 합창 사이에 있는 곡이다. 판소리도 들어가고 가극단원의 합창이 더해지는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데스노트' 등에서 독창적인 무대 연출을 선보인 오필영 디자이너가 작품의 시각적인 요소를 책임진다. 오 디자이너는 이순신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20m 깊이의 동굴을 무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그는 "기존 뮤지컬이나 연극, 무용극에서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인 작업을 준비했다"며 "이순신 하면 거북선이나 당당히 서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것은 관객들이 상상해야 할 부분이다. 배가 등장한다거나 구체적인 이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난세의 영웅이자 충직한 신하였던 이순신 역은 무용수 형남희가 맡는다. 형남희는 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인물의 내면은 서술자인 무인과 코러스가 소리로 표현한다.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과 여자라는 성별을 숨기고 왜란에 참전한 하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면은 권성찬이 연기하며 작품 속 유일한 허구 인물인 하연 역은 송문선이 맡는다.
이유리 예술감독은 널리 알려진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시 조명한 '순신'을 보며 관객이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사회적인 상황에 흔들리거나 굴하지 않고 본분에 충실했던 그의 모습이 새로운 자극과 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은 판소리와 무용을 활용했어도 드라마가 있고 노래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형태도 뮤지컬에 속한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게 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11월 7∼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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