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사회에서 '우리 함께' 사회로…신간 '업스윙'

로버트 D. 퍼트넘, 공동체주의 회복이 위기극복 유일 해법 강조

임형두

| 2022-03-15 14:11:58

▲ [페이퍼로드 제공]


'나 홀로' 사회에서 '우리 함께' 사회로…신간 '업스윙'

로버트 D. 퍼트넘, 공동체주의 회복이 위기극복 유일 해법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미국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 1위 국가로 우뚝 섰다. 경제는 물론 교육과 민권도 성장을 거듭하며 최강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가리키는 지표는 같은 기간에 꾸준히 하락했다. 날로 커져가는 불평등, 전례 없는 양극화, 허약해지는 사회 구조, 공적·사적 나르시시즘…. 모두가 풍요로운 듯하지만 절대 대수가 불행에 빠진 풍요 속 빈곤 사회라 하겠다.

인문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인 로버트 D. 퍼트넘 교수(미국 하버드대학)는 불행한 자든 행복한 자든 이구동성으로 '지금이 최악'이라 외치는 사회가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파국을 향해 가는 미국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동체주의의 복귀가 절실하다고 외친다. '나'보다 '우리'를 더 중시하는 시기로 돌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얘기다.

퍼트넘 교수가 작가 셰일린 롬니 가렛과 함께 쓴 신간 '업스윙(Upswing)'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핵심어로 시대적 어둠의 탈출구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개인주의적인 '나' 사회에서 공동체주의적인 '우리' 사회로 전향했다가 다시 '나' 사회로 되돌아간 125년 동안의 과정을 되짚는다.

1870년대와 1880년대, 1890년대의 미국은 오늘날의 미국과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혼란, 문화적 나르시시즘 등이 만연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경멸적 어조로 '도금시대(Gilded Age)'라 불렀던 그 시대는 지금의 현실을 등골이 오싹할 만큼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다.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불평등하고, 양극화하고, 분열됐던 19세기 말의 미국은 20세기 들어 진보시대가 시작되면서 점차 평등, 협력, 관대함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경제적 평등, 정치적 협력, 사회적 연대와 문화적 공동체주의를 향상시켰다. 20세기 전반기와 중반기의 미국은 '나 홀로' 사회에서 '우리 함께' 사회로 상승추세(업스윙)를 타고 가다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이런 추세는 재역전됐다.

'나 홀로 사회인가 우리 함께 사회인가'를 부제로 한 이번 책은 1960년대를 시작점으로, 2020년대를 끝점으로 잡았던 기존의 연구 범위를 확장해 1900년대 이전의 시대까지 분석 범위를 넓힌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의 요소들이 60년 주기가 아닌 125년 정도의 큰 주기로 동일한 곡선을 그렸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지난 120여 년 동안 '나-우리-나'라는 더 큰 주기의 변화를 겪었음을 알게 된다. 60여 년만을 주기로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자조 섞인 문구를 되뇔 뿐이지만, 그 두 배인 120여 년의 주기로 넓혀보면 최악의 시기를 벗어나 최고의 시기로 다시 상승하는 '업스윙'이다.

저자의 분석이 우리에게 와 닿는 건 미국의 현실과 유사한 현상이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최근 하락을 시작한 각종 그래프가 반등하기는커녕 최악의 수치로 향해 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역사의 시작점과 끝점을 재설정하면 퇴행이 아니라 상승, 즉 업스윙을 되찾게 된다. 투철한 자기반성을 통한 관점의 전환으로 업스윙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우리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종성 가천대 정책학 초빙교수 겸 불평등과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은 책의 추천사에서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나 홀로 사회에서 우리 함께 사회로 상승했다가 다시 나 홀로 사회로 하강을 경험한 것처럼, 한국도 마찬가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퍼트넘 교수에게서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은 제자이기도 한 유 교수는 "부와 풍요를 만들어 준 상승추세는 끝났고, 대한민국은 헬조선 상황에서 급전직하의 하강을 겪고 있다"며 "최악의 사회가 된 오늘날 미국에서 다시 새로운 상승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대한민국도 다시 상승의 시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다.

이종인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648쪽. 2만2천원.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