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 2026-07-28 14:14:06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무대는 제 정체성과도 같은 곳이에요. 한동안 서지 않으면 그 감각을 잃을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전미도가 15년만에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갈매기'의 니나 역으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전미도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나이에 니나를 다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며 "갈매기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는 작품"이라고 재도전 이유를 밝혔다.
갈매기에서 니나는 순수한 꿈을 좇다가 험난한 현실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전미도는 특히 니나의 삶이 응축된 4막에 대해 "가느다란 실 같은 희망이지만 끝까지 그 끈을 붙잡고 있는 인물로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니나 역을 처음 맡은 것은 2011년 오경택 연출의 '갈매기'에서다. 당시 주로 10대 역할을 맡았던 전미도에게 니나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배우도 창작자로서 작품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다"며 갈매기를 가장 의미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15년 만에 다시 니나와 마주하는 올해는 전미도에게 더욱 특별하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지 20주년을 맞은 데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6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배우로도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대해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영화가 정말 잘될 것 같았지만, 1천600만 관객까지 갈 줄은 몰랐다"며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에서 전미도가 맡았던 매화는 극 중 이홍위를 보필하는 인물이다. 등장할 때마다 짧은 분량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또렷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미도는 캐릭터 접근법에 대해 "매화를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홍위"라며 "그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배우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은 과정도 떠올렸다. 그는 "제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감사하게도 잘 받아주셔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등이 이미 캐스팅된 상태에서 합류한 전미도는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작품을 준비하는 태도부터 장면들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지, 작업하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1천600만 관객을 모은 흥행의 비결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좋았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그는 "제가 작품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법칙 중 하나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작업 과정에서 멤버십을 많이 느낄 때 앙상블의 힘이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전미도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본 성극을 계기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는 "그때부터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2008년 일인다역을 소화한 '사춘기'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 작품을 계기로 윤석화 배우의 눈에 띄어 '신의 아그네스'에 캐스팅됐고,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며 집중하는 법과 밀도를 채우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2012년에는 중국 연출가와 함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번안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을 맡아 국립극단에서 공연했다.
2016년 초연 리딩부터 참여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해 브로드웨이 토니상을 받으며 무대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매체 데뷔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이후 드라마 '커넥션'에서 비리 기자 역을 맡아 처음 장르물에 도전했고,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전미도는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에 대해 "무대는 많은 관객에게 인물과 상황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연기를 좀 더 확장하고 때로는 과장할 필요가 있지만, 카메라 연기는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 주는 만큼 좀 더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갈매기'는 8월 9일부터 31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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