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이단아' 이정후…배럴의 시대에 라인드라이브로 답하다

최근 7경기 19안타 '몰아치기'로 시즌 타율 0.322
타구 속도·배럴 타구 하위권에도 콘택트 능력으로 활약

이대호

| 2026-06-05 14:09:28

▲ 타구 궤적을 눈으로 좇는 이정후 [Imagn Images=연합뉴스]
▲ 5일 밀워키전에서 4안타 활약을 펼친 이정후 [UPI=연합뉴스]
▲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하는 이정후 [UPI=연합뉴스]
▲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P=연합뉴스]

'MLB의 이단아' 이정후…배럴의 시대에 라인드라이브로 답하다

최근 7경기 19안타 '몰아치기'로 시즌 타율 0.322

타구 속도·배럴 타구 하위권에도 콘택트 능력으로 활약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이정후(27)는 최근 메이저리그 흐름을 역행하는 '이단아'다.

등 부상 때문에 부상자 명단(IL)에 올라갔다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뒤 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까지 그의 7경기 타율은 0.655(29타수 19안타)다.

7경기 19안타는 1932년 빌 테리 이후 구단 역사상 9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몰아치기 덕분에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기 전 0.268에서 0.322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타율 0.322는 MLB 전체 타율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정후는 최근 7경기 동안 볼넷을 단 하나도 얻지 않았고, 삼진도 1개만 당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배트에 공을 맞혀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최근 MLB의 타격 흐름은 '홈런, 삼진, 볼넷'으로 정리할 수 있다.

홈런(강한 타구)을 만들어내기 위해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출루율 관리를 위해서는 볼넷을 골라내는 걸 타자의 미덕으로 삼는다.

타율이 떨어지고 삼진율이 30%가 되더라도, 강력한 스윙으로 홈런이나 장타를 만들어내는 타자가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난 2000년 16.5%였던 MLB 리그 전체 삼진율은 2010년 18.5%에서 2020년 23.4%로 상승했고, 올해는 22.6%다.

대신 3할 타자의 수는 2000년 53명이었다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린 끝에 올 시즌은 17명에 불과하다.

즉, 헛스윙 삼진을 감수하더라도 최적의 발사각과 타구 속도 조합인 배럴 타구 생산에 집중하는 게 최근 야구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타격 지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역행한다.

베이스볼 서번트 통계에 따르면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7.6마일로 리그 하위 24%에 머물러 있다.

장타 생산을 위한 이상적인 타구 속도(시속 98마일 이상)와 발사각(26∼30도)을 의미하는 배럴 타구 비율은 2.7%로 리그 하위 9%다.

또 시속 95마일 이상의 강한 타구를 뜻하는 하드히트 비율도 29.7%로 하위 11%다.

'배럴의 시대' 기준으로는 낙오자에 가까운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다.

그런데도 이정후는 3할이 훌쩍 넘는 고타율을 유지한다.

비밀은 극단적인 콘택트 능력과 타구 질의 역설에 있다.

이정후의 삼진율(K%)과 헛스윙률(Whiff%)은 각각 10.6%와 14.2%로 리그 상위 4%와 6%다.

강하게 띄우는 배럴 타구는 적지만, 대신 수비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짧은 라인드라이브를 의미하는 '플레어/버너' 타구를 쉴 새 없이 양산한다.

강하게 때리지는 못해도 배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혀 필드 전역에 타구를 보낸다.

타구 속도는 떨어져도 발사 각도와 배트 컨트롤로 이를 만회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정후의 타격은 MLB 내 소수인 '콘택트 스페셜리스트' 유형이다.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던 팀 동료 루이스 아라에스나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은 배럴 비율은 3% 이하에 머물고, 삼진율은 10% 미만을 유지하며 3할 이상의 고타율을 노리는 선수들이다.

대다수가 '홈런 아니면 삼진' 이분법으로 풀스윙할 때, 이들은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히는 원초적인 기술로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타구 속도라는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MLB에서 '시대의 이단아' 이정후는 직선타를 양산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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