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현
| 2022-05-02 14:03:13
김춘수·선우휘…일제·전쟁 딛고 문학인 된 '폐허의 청년들'
대산문화재단-작가회의, 12~13일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시인 김춘수와 소설가 선우휘·손창섭 등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1922년생 문학인 9명을 기리는 문학제가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오는 12~13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01년 시작한 이 문학제는 친일·월북 논란 등 이념과 정치에 문학이 휩쓸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통합과 포용의 문학사를 지향하면서 작가들의 문학적 공과 과를 평가한다.
올해 문학제 주제는 '폐허의 청년들, 존재와 탐색'이다. 대상 작가는 1922년에 태어난 김구용, 김차영, 김춘수, 선우휘, 손창섭, 여석기, 유정, 정병욱, 정한숙이다.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만주사변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장했다. 징집 대상이었던 스물셋에 해방을 맞았고, 이어 6·25 전쟁을 경험했다. 유소년 및 청년 시절 한국 근대사의 비극을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1950~1960년대 한국 문학을 이끌었다.
이들은 격변의 시기인 1939년부터 차례로 문단에 등장한다. 모든 것이 허물어진 폐허를 체험한 이들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살아있음의 의미를 묻는 '존재에의 탐색'으로 나아갔다.
문학제 기획위원장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작가의 삶이 아니라 문학 작품에 대한 평가, 오로지 텍스트로만 평가했다"며 "연구나 역서보다는 시대를 대표하는 문제작을 발표한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문학인 9명은) 암울했던 시대에 태어나 소년과 청년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에 아름다운 문장의 씨앗을 뿌리신 분들"이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과 지금 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런 자리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문학제는 12일 오전 10시 세종로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김응교 교수의 총론을 시작으로 장이지 등 문학평론가들이 참여한다. 13일 오후 7시에는 전태일기념관에서 대상 문인 9명의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가 마련된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부대 행사로 '김춘수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 '탄생 100주년 시인 기념 학술대회' 등이 열리고 논문집 등도 발간한다. 김구용·여석기·정병욱·정한숙의 유가족이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회고한 글은 계간지 '대산문화' 여름호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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