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 2026-08-12 14:01:22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음악 작업과 연주만 하던 데서 나아가 '들리는 예술'과 '보이는 예술'의 합을 맞춰 보고 싶었어요."(작곡가 이하느리)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받은 작곡가 이하느리가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비튼 작품으로 음악극에 처음 도전한다.
그는 오는 15∼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의 음악감독 겸 연출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이 동시대의 실험적 공연을 선보이는 기획 시리즈 '싱크 넥스트' 일환이다.
이하느리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 관련 간담회에서 "음악극에 대한 아이디어 자체는 계속 구상 중이었고 싱크 넥스트 참여 제안을 받아 이를 실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음악극 소재인 '아기 돼지 삼형제'는 '익숙한 이야기를 망가뜨려 보자'는 의도에서 택했다. 이하느리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아무도 알지 못하게 풀어보고 싶었고 '아기 돼지 삼형제'가 캐릭터를 구축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첫째·둘째 형을 잡아먹은 늑대를 막내 돼지가 기지를 발휘해 물리치고 오히려 늑대를 잡아먹는다는 원작의 큰 틀을 모티프로 했지만 주제 의식은 전혀 다르다.
공연은 나쁜 늑대를 물리친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에 중점을 두지 않고, 늑대로 상징되는 '공포의 대상'을 두고 돼지들이 느끼는 두려움 자체를 조명한다.
이하느리는 "소문, 신념, 편견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과 두려움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은 음악이 서사를 이끄는 구조다. 명확한 기승전결이나 대사가 있지 않고 반복되는 음악과 세 돼지의 중첩되는 행동이 주제를 나타낸다.
첫째 돼지, 둘째 돼지, 막내 돼지가 차례로 등장하며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고, 음악이 되풀이되면서 돼지들의 믿음과 두려움은 뒤섞인다.
이하느리는 "같은 음악, 언어, 행동이 반복될수록 섞이고 조금씩 왜곡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 음악은 전자음과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바이올린과 첼로 등 클래식 악기, 드럼 등 타악기, 성악까지 다양한 형태의 소리를 배합했다.
시각적 연출 면에서도 '반복'은 중요한 모티프다. 공연의 시노그라퍼를 맡은 미술가 양정욱은 "(무대를) 크게 세 요소로 나누고 단계별로 조금씩 변화를 주되,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연출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시노그라퍼는 시각적 극작 담당자로 무대 미술을 넘어 공간 전체를 연출하는 역할이다. 양정욱은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소재를 이하느리에게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비슷한 듯 닮았지만 조금씩 다른 '형제'라는 개념이 (반복의) 구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대사로 이해하기 어려운 극이기 때문에 첫째, 둘째, 셋째로 이어지는 이미지가 시각적,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봤다"고 했다.
첫 음악극 도전에 대해 이하느리는 "연주만 하다가 전체적인 행정과 팀 섭외, 예산까지 컨트롤 하게 돼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이 배웠다"며 "혼자 방에서 작곡하다가 이렇게 많은 분과 관계를 맺고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무대가 "커리어에서 큰 기점이 될 것 같다"며 "양정욱 작가의 작업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앞으로 무대 연출 등의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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