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4-27 14:00:02
130년 전 회보부터 김환기 그림까지…근대 잡지가 품은 이야기
국립중앙도서관, 28일 '모던 매거진'展 개막…근대잡지 80종 망라
'개벽' 창간호, 백석 詩 수록 잡지 등 희귀자료…"새로운 시대 열망 담아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와 억압으로 곳곳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던 1930년대 새로운 잡지가 발간된다.
1934년 창간했다고 해서 이름을 '삼사문학'(三四文學)이라 부른 문예 동인지였다.
신백수(1915∼1946) 등이 주도하고 젊은 문인들이 힘을 모은 잡지는 시, 소설, 평론 등을 두루 다루며 당시 문단에 초현실주의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1913∼1974) 역시 20대 초반이었던 1936년 '삼사문학' 5호의 표지를 맡았고 직접 그린 삽화를 싣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이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I WED A TOY BRIDE)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한 곳도 바로, 이 잡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잡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28일부터 한국잡지협회와 함께 선보이는 '모던 매거진(Modern Magazine)-조선의 힙스터 아카이브'에서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은 27일 "100여 년 전 잡지는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문화 선구자의 열망을 담아낸 중요한 매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189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것으로 알려진 잡지부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희귀 근대 잡지까지 약 80종의 자료를 한자리에 모았다.
도서관 관계자는 "근대기 문화 선구자들이 만들었던 잡지가 조선의 근대 문화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살펴보고자 기획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896년 창간된 독립협회의 기관지이자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잡지 '대조선독립협회회보'를 비추며 시작된다.
독립협회는 1896년 4월 '독립신문'을 창간한 데 이어 그해 11월 잡지 형태를 갖춘 회보를 펴냈는데, 근대 문명과 과학 지식 등까지 폭넓게 다뤘다.
문학사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여러 잡지가 눈길을 끈다.
1908년 최남선(1890∼1957)이 설립한 최초의 민간 출판사 '신문관'에서 발행한 '소년'과 '청춘'(1914), 사회주의 잡지 '신생활'(1922) 등이 소개된다.
1920년 창간된 월간 잡지 '개벽'은 주목할 만하다.
천도교 청년회에서 처음 펴낸 이 잡지는 발간과 동시에 표지에 담은 호랑이 그림과 몇몇 기사가 문제가 돼 일제에 압수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전시에서는 발매 금지를 당한 뒤 다시 간행된 창간 임시호, 창간호와 같은 표지를 담은 1주년 기념호, 그리고 창간 이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1920년대 전후 3대 문예 동인지로 꼽히는 '창조'(1919)·'폐허'(1920)·'백조'(1922), 근대 여성의 해방을 꿈꿨던 '신여성'(1923)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인 백석(1912∼1996)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가 수록된 잡지 '여성'의 1938년 3월호도 관람객 앞에 공개된다.
도서관 측은 "'여성' 잡지는 인기 작가의 작품을 수록해 매호 절판될 만큼 인기를 끌며 상업적 여성지의 기원을 이룩한 잡지"라고 설명했다.
1939년 창간 이후 1941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간되기까지 민족 문학의 명맥을 잇고자 했던 '문장'과 김환기가 앞부분(권두)을 꾸민 그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시를 본 뒤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근대 잡지 속 주인공으로 사진을 꾸며주는 체험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미래의 잡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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