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 2022-07-18 13:41:18
'아이를 위한 아이' 감독 "관습 깨고 새로운 길 만들고 싶었죠"
보호종료아동 소재 이야기…"아이들이 겪는 과정 함께 응원해주길"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뻔하지 않다.
보호종료아동을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이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 사회제도의 미비 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는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는 듯하다가 몇 번이나 방향을 튼다.
연출을 맡은 이승환 감독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의도적으로 클리셰적인 부분을 차용해 비틀었다"면서 "이러한 방식이 '관습을 깨고 나만의 것을 한다'는 작품 속 이야기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의 분위기도 진중함과 경쾌함 사이를 오가며 신선함을 준다. 이 감독은 "영화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을 그린 독립영화는 관습적으로 어둡고 아픈 모습을 담아왔잖아요. 저는 그것보다 아이들에게 맞닥뜨리는 상황과 거기서 이들이 할 수 있는 리액션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관객이 (인물들과) 좀 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일련의 과정을 응원하는 태도를 가지길 바랐어요."
21일 개봉하는 '아이를 위한 아이'는 보육원에서 자란 도윤(현우석 분)이 퇴소를 앞두고 아버지 승원(정웅인)과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이란 새 울타리가 생긴 도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입양된 이유가 배다른 동생 재민(박상훈)에게 보호자가 필요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혼란을 겪는다.
이 감독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사회적 독립'을 고민하던 시기에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가족과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에 속아 나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지워나간 게 아닐까 싶기도 했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는 도윤이란 아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게 된 이유입니다."
작품 속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끊임없이 대비된다. 승원과 보육원 원장 등을 비롯한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신념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를 입고 위기를 맞지만 어른들은 끝내 사과하지 않는다. 도윤과 재민으로 대표되는 아이들은 어른들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지만 원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해나간다.
이 감독은 "(작품 속 어른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면서도 '너희들을 위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그럼 난 뭘 할 수 있지?'를 고민하며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윤과 재민은 기성세대가 내놓은 선택지가 아닌 스스로만의 답을 만들어나간다. 감독은 "도윤이는 자기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거라고 믿고 있다. 재민이도 도윤이처럼 자기만의 선택과 기준을 만들어가면서 길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를 위한 아이'는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제가 20대일 때 10대의 이야기를, 30대 초반인 지금은 20대 초반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지금은 20대 초중반의 고민을 담아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지나왔던 시기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나리오를 써왔어요. 과거에 제가 했던 생각을 극화시킴으로써 다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주제로 만들어가는 건 뜻깊은 과정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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