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28 13:21:32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위원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세계유산 분야를 총괄해 온 팀 배드만 보호보전유산지역국장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등재 결과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구인 IUCN에서 2007년부터 근무한 전문가인 팀 배드만 국장은 지난 25일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평가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한반도 서남해안을 따라 이어진 생태계 터전인 갯벌이 2021년 세계유산으로 처음 등재되고, 이후 4곳을 추가해 확대 등재하는 모든 과정을 본 사람이 그다.
확대 등재가 확정된 자문기구의 평가 보고서 역시 배드만 국장의 손에서 나왔다.
지난 27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만난 배드만 국장은 "한국에서 열린 위원회에서 갯벌이 확대 등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고서 원본을 국가유산청에 선물로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앞으로 갯벌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중국은 2019년 '중국 황해 연안 및 발해만(보하이만)의 철새 보호구역'을 세계유산에 등재했고, 2024년 2단계에 해당하는 확대 등재도 했다.
북한의 경우, 올해 신도·문덕 지역을 아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안 연안습지'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예비 목록인 잠정목록에 올린 상태다.
배드만 국장은 "갯벌은 앞으로도 개발 압력 혹은 요구가 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주민의 지지나 지원을 확보하는 게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갯벌은 여러 국가를 가로지르는 철새 이동 경로"라며 "북한, 중국과 함께 국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더 많은 갯벌이 (세계유산 확대 등재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배드만 국장은 한국의 자연유산 보존·관리 역량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7년 세계유산에 오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사례를 언급하며 "오래 전부터 IUCN과 협력하며 전반적으로 보존·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주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인류무형문화유산(2009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 등재되거나 인증받은 점을 거론하며 "효율적인 관리와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드만 국장은 전날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만나 지질유산 보전을 위한 '핵심지질유산지역'(KGA·Key Geoheritage Areas) 프로그램을 논의하기도 했다.
KGA는 지역 내 암석, 광물, 화석, 지형 및 경관 등을 포함해 중요한 지질·지형 현상을 보유하고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지역을 일컫는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각국의 중요 지질유산을 선정해 보전·관리하기 위해 'KGA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배드만 국장은 "세계유산위원회로 바쁜 와중에 국가유산청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내줘 앞으로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지질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지원, 기후변화 같이 최근 직면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등 앞으로도 협력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배드만 국장은 국립자연유산원 건립 사업에도 큰 관심을 내비쳤다.
국가유산청은 내년부터 총 1천193억원을 투입해 천연기념물, 명승, 지질·지형 등 자연유산을 전담해서 연구할 수 있는 국립자연유산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사업은 최근 기획예산처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들어서는 건물은 2032년께 문을 열 예정이다.
배드만 국장은 "중요한 이니셔티브(구상)"라며 "학술 연구와 교육·활용을 아우를 수 있는 기관으로서 국제 자연유산 보존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드만 국장은 한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면서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속 고래 모습을 표현한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연유산이 아니기에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경관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구분해서 다뤘죠. 하지만 이제는 사람과 자연, 문화를 함께 묶어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