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새긴 선사시대 삶 마주한 세계유산 전문가들 "어메이징"

각국 세계유산 현장 관리자 80여 명 한자리에…반구천 암각화 답사
반복된 '침수' 대응 방안 주목…"문화유산 보존-지역사회 균형 중요"
허민 "기후변화 상황서 댐 수문 무용지물 될 수도" 발언?

김예나

| 2026-07-18 09:00:00

▲ '반구대 암각화 더 가까이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암각화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반구대 암각화 답사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암각화를 관람하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 '이것이 반구대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암각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 반구대 암각화 (울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맞은편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 촬영한 사진. 울산암각화박물관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약 4.5m, 너비 약 8m의 바위 면을 중심으로 바다동물과 육지동물, 사냥하는 모습 등 300점 이상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2026.7.18 yes@yna.co.kr
▲ 세계유산 현장관리자들, 반구대 암각화 방문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암각화를 볼 수 있는 첨단 지능형 망원경을 살펴보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 반구대 암각화 찾은 세계유산 현장관리자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암각화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 '반구천의 암각화'에 관해 설명 듣는 참석자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반구천의 암각화'에 관해 설명 듣는 참석자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질문에 답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의 답사가 끝난 후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과 김상욱 울산시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7.17 yongtae@yna.co.kr

(울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초록색 불빛을 봐주세요. 옛사람이 남긴 호랑이 그림이 바위 면에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멧돼지도 있고요."

지난 17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앞.

박미현 울산시청 학예연구사가 레이저 포인트로 바위면 한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짙은 녹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카메라를 든 누군가는 바위 면을 최대한 확대해서 호랑이를 찾았고, 주변에 있던 고래 그림을 발견한 뒤 '놀랍다'(amazing), '원더풀'(wonderful)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까이는 인도, 싱가포르부터 멀리는 자메이카, 시에라리온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 80여 명은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를 담고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들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을 지키고 보존·관리하는 전문가. 그러나 선사인의 삶이 오롯이 담긴 바위그림과의 만남은 특별한 듯했다.

불가리아에서 온 마리엘라 인코바 씨가 바위에 새겨진 그림 312점을 표시한 안내판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그림이 없는 부분도 보인다"고 말하자 박 연구사는 말했다.

"비어 있는 부분이라…. 그 답변은 7천년 전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한국 미술사의 '기원'으로도 여겨지는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사람들은 '제8차 세계유산 현장 관리자 포럼'(World Heritage Site Managers' Forum)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이달 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앞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이날 한국의 세계유산인 경주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울산 반구천 암각화 등을 직접 방문했다.

가장 최근에 등재된 유산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앞에서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공개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큰비가 내릴 때마다 반복되는 암각화 침수 문제 때문이다.

암각화를 끼고 흐르는 대곡천 하류의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댐이어서, 많은 비가 내려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일이 이어져 왔다.

댐 수위가 53m가 되면 암각화가 부분적으로 침수되고 57m에 이르면 완전히 잠기는데,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암각화 훼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암각화를 함께 둘러본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침수)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암각화 보존과 관리를 위한 그간의 노력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조규형 국가유산청 건축유산팀장이 2000년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정부와 울산시가 논의 끝에 협의에 이른 과정을 설명하자 메모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동훈 한국수자원공사 부장은 2014년부터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사연댐의 운영 수위를 하향 조절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침수 기간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사연댐 수위가 빠르게 상승했으나 선제 대응을 통해 예상되는 침수 기간 87일에서 실제 37일 침수로 크게 단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에 참여한 현장 관리자들은 유산을 지키기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에서 온 고고학자 데슬리 가드너 씨는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주민의 삶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2년 알바니아의 첫 세계유산인 부트린트 유적을 관리해 온 조리다 무호 씨는 "유산을 보호하는 건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며 협력과 협의를 강조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최근 상황을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점"이라며 "지금 울산의 고민이 각국에서 유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허 청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에서는 폭우가 온다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작업 등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가 해명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약 809억원을 들여 너비 15m, 높이 7.3m 크기의 수문 3개와 취수탑을 신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허 청장은 포럼 행사 이후 출입 기자단과 만나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른 해결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올해 하반기 공사에 착공할 예정인 만큼 암각화 보존 및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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