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서면인터뷰…"지금 예술은 반 죽은 상태"

강종훈

| 2021-12-13 13:16:04

▲ 아이웨이웨이 '조명'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이웨이웨이 '원근법 연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서면인터뷰…"지금 예술은 반 죽은 상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술가로서 제게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 생명 자체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것 말고는 없습니다."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표현의 자유와 생명을 꼽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1일 개막한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에 맞춰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작가는 표현의 자유와 생명을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보통 표현의 자유는 좁은 의미로 어떤 정치체제 안에서 개인이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라 여겨지지만, 표현의 자유는 생명 본연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생명의 중요한 특성,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더는 없게 된다"며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기본적 가치이며, 어떤 권력이나 정치·종교적 명분으로도 침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웨이웨이는 표현의 자유 등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해온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행동가로, 인터넷 통제와 검열 등에 반기를 들고 중국 정부를 비판해왔다.

당국의 눈 밖에 난 그는 2011년 탈세 혐의로 구금되고 여권도 빼앗겼다. 4년 만에 여권을 돌려받은 그는 2015년부터 유럽에 머물고 있다.

작가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하지만 대부분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없이는 그 누구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이 자유는 사회적인 약속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원근법 연구'는 톈안먼(天安門), 백악관, 에펠탑 등을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작품이다. '손가락 욕'으로 권력을 향한 조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지난달 개관한 홍콩 M+뮤지엄은 스위스 수집가로부터 '원근법 연구'를 28점을 기증받았지만, 작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친중 진영에서는 아이웨이웨이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의 작품 전시를 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이웨이웨이는 "앞으로 어느 수준의 검열을 받고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보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 미술계는 생존을 위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와 사실 추구를 포기했다"며 "중국 미술이 생존하려면 이러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표현의 자유와 억압에 대한 저항을 담은 작품 외에도 난민 문제 등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그는 "예술이나 예술가의 역할은 인류가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라며 "그래서 예술의 역할은 반드시 변하며, 인류의 정신적·사회적 대위기 상황에서 예술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예술은 이미 반은 죽은 상태"라며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설치, 영상, 사진, 오브제 등 대표작 120여 점을 소개한다. 이 중 인체 골격 형태로 만든 '검은 샹들리에'는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작품이라고 작가는 소개했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 속에서 우한(武漢)의 코로나19 상황을 소재로 한 '코로네이션'(Coronation)' 등 다큐멘터리 3편을 완성했다는 그는 "역사에 증언을 남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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