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 2026-07-27 13:00:00
(부산=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서아프리카 베냉은 2022년 프랑스 군대가 19세기 약탈해 간 왕실 유물 26점을 돌려받았다.
올해 9월 신학기에 베냉 학생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인 이 유물 사진과 설명이 담긴 공책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베냉 정부가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트랑스컬처스' 김현주 대표가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27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공식 부대 행사에서 베냉 문화유산 교육 노트 보급 사업인 '문화유산 까이예: 베냉 시리즈'를 발표했다.
그는 발표 전날 벡스코 인근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노트를 만드는 사업과 관련해 한국 사람들의 공통적인 질문이 왜 한국 사람이 '베냉 문화재 반환에 관심이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 사업은 세계시민으로서 국제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또 "베냉이 프랑스에서 문화유산을 반환받은 것은 베냉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세기 말 도즈 제독이 이끈 프랑스 군대는 당시 베냉에 있었던 다호메 왕국을 침략해 왕실 보물을 약탈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중 26점을 100년이 훨씬 지난 2022년 반환했다.
그보다 앞서 프랑스 함대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의궤를 약탈해 갔다.
조선 왕실의 중요한 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평가받는 외규장각 의궤는 2011년에서야 장기 대여 형식으로 프랑스에서 한국에 돌아왔다. 영구 반환이 아닌 대여라 정작 소유권은 프랑스 정부에 있다.
이 때문에 의궤는 한국 보물로 지정되지 못했음은 물론 반출 등을 위해서는 프랑스의 허가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장기 대여와 반환은 완전히 다르다. 장기 대여이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다"라며 "우리보다 이(문화유산 반환) 분야에 경험이 많은 베냉하고 손을 잡을 때 (의궤 반환도)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의회는 베냉에 약탈 유산을 반환한 이후 식민지 시대에 불법적으로 취득한 문화재를 원산국으로 반환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지난 5월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앞으로는 해당 유물마다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자산 목록에서 제외하는 절차 없이 프랑스 정부 결정만으로도 반환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베냉 문화유산 교육을 위한 여러 교육 방식 가운데 노트 제작을 택한 이유를 들려줬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근무하며 오랜 기간 아프리카 문화 교육 분야를 담당했다.
그는 "유네스코 근무 때 아프리카 말리 교육 프로젝트를 해야 했는데 그 무렵 한국에 출장을 왔었다"면서 "말리처럼 위급한 상황의 국가에서 학생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할 때 우연히 조카가 가진, 독도 역사와 사진이 들어간 독도 노트를 봤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의 국가에서 학생들이 손쉽게 자기 문화유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단이 노트라고 생각해 말리에 이어 베냉에서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랑스컬처스는 한국 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 우선 올해 노트 1만 권을 제작해 배포하고 향후 추가로 재원을 확보해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 노트에 대해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한 교재가 아니라 세계유산과 반환 문화유산, 교육, 지역사회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협력 모델"이라며 "이것이 앞으로 문화 공적개발원조(ODA)에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 대표는 문화재 반환을 위해서는 한국이 같은 처지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대하면서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넘게 유네스코에서 근무한 김 대표는 "한국이 유네스코 분담금을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이 내지만 외교력이나 파급력은 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처럼 (의궤를 돌려받기 위해) TGV(프랑스 고속철도)를 프랑스에서 사준 것도 아닌데 베냉처럼 작은 나라가 어떻게 외교력만으로 반환받았는지 한국 정부는 잘 연구해야 한다"며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다른 국가들과 연대한다면 그때 외교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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