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사 좀 했네"…대목 맞은 전통시장·마트 오랜만에 활기

추석 연휴 첫날 손님맞이로 분주…"경기 안좋아도 명절은 명절"

오보람

| 2022-09-09 12:57:15

▲ 9일 오전 서울 망원시장 [촬영 오보람]
▲ 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촬영 오보람]

"오늘 장사 좀 했네"…대목 맞은 전통시장·마트 오랜만에 활기

추석 연휴 첫날 손님맞이로 분주…"경기 안좋아도 명절은 명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요즘 다 경기가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네요. 오랜만에 손님들이 많이 오시니 기분 좋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 가게 입구에서 선물용 사과·배 박스를 진열하던 직원 이진석(43)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곳 직원들은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오전 8시부터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차례상 장거리나 가족과 함께 먹을 음식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계산대 직원 김모(51)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난 이후 어제오늘이 제일 손님이 많은 것 같다"며 분주하게 계산 바코드를 찍었다.

인근 떡집 역시 송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좁은 가게 안이 가득 찼다.

사장 이모(71)씨는 "옛날보다는 못하지만 근 1∼2년 만에 '오늘 장사 좀 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며 "벌써 송편, 절편이 몇십 팩은 팔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통시장도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분위기였다. 마포구 망원시장은 입구에서부터 인파에 밀려 큰 보폭으로는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과일, 전, 육류, 떡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파는 곳이 특히 붐볐다. 상인들은 큰소리로 "여기서도 계산을 해드릴 테니 이리로 오라", "이 손님에게 사과 4박스만 내어드리라"고 말하며 바삐 움직였다.

주부 황금옥(65)씨는 "어제 나물거리를 미처 못 사서 오늘 다시 왔는데, 어제는 이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며 "대목은 대목"이라고 했다.

한 반찬가게에선 평소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잘 팔리지 않던 게장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가게 주인은 산처럼 쌓인 양념 간장 게장을 가리키며 "오늘은 비싸도 이게 메인(상품)"이라고 말했다. 게장이 든 봉지를 받아든 80대 손님은 "애들 먹이는 건데 돈을 아낄 필요 있냐"며 맞장구쳤다.

종로구 광장시장 역시 상인들과 손님들로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가게는 손님으로 만석이었다. 일부 가게 직원들은 밖으로 나와 "추석이 끝날 때까지 홀 손님은 받지 않고 포장만 한다"고 소리쳤다.

몇몇 유명 전집 앞은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손님들에 둘러싸여 전을 부치던 한 직원은 "원래 전 골목은 명절 바로 전날 가장 장사가 잘된다. 오늘은 기름을 뒤집어쓸 정도"라고 했다.

전을 사기 위해 30분을 기다렸다는 주부 이옥주(60)씨는 "맨날 직접 음식을 했는데, 애들이 이제는 제수 음식을 사서 하자고 해 처음으로 와봤다. 이렇게 사람 많고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면 그냥 직접 할 걸 그랬다"며 웃었다.

이전 명절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착잡해 하는 상인도 있었다.

망원시장의 한 청과물점 주인은 가게 안에 쌓인 샤인머스캣 박스를 보여주며 "설 때보다 물건을 적게 떼 왔는데도 아직 다 팔려면 멀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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