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희
| 2022-03-07 12:21:41
영상자료원 노조, 문체부 출신 인사 사무국장 임명 시도에 반발
노조 "'블랙리스트' 자성 움직임에 배치"…신임 원장 "의견 수렴할 것"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급인 사무국장에 문화체육관광부 퇴직 공무원을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7일 영상자료원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부임한 김홍준 원장은 문체부 출신 인사 A씨의 사무국장 임명동의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제출했지만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이사 8명 전원의 반대로 부결됐다.
노조는 "김 원장이 이사회 부결 이후 주말 동안 이사들과 따로 접촉해 서면 동의를 받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한다"며 "이는 문체부의 인사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자료원 관련 규정에는 사무국장은 원장이 이사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게 돼 있다.
노조는 "A씨는 원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문체부가 내정한 인사로 알려졌다"며 "사무국장은 사실상 문체부가 내정한 낙하산 인사가 맡아왔고, '블랙리스트' 사건도 문체부 퇴직 공무원인 사무국장의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이전 두 정권에서 국정철학에 배치되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배제하고, 이사 추천 과정에서 특정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 또 4대강 관련 영화 상영을 계획한 서울독립영화제에 대한 후원을 철회하는 등 '블랙리스트' 관련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와 관련해 영상자료원은 지난해 사과 입장을 밝히고 내부 윤리지침 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문체부가 주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도 영상자료원과 관련해 문체부 퇴직 공무원 임명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제도개선위가 2019년 발표한 백서에는 퇴직 공무원을 산하기관 사무국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개방형 직위제 도입, 이사 추천제 재도입 필요성 등이 명시됐지만, 이를 위한 정관이나 규정 개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김 원장의 이번 처사는 문체부와 영상자료원이 약속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반성 움직임에 전면 배치되며, 문화예술인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렸던 구시대로의 회귀를 종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사회 결과는 형식상 부결이었지만, 시간을 가지고 의견 수렴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며 "주말 동안 이사들에게 의견을 더 물었고, 오늘 노조를 포함한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무국장 임명 문제를 포함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 차제에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날 오전 총회를 열어 해당 인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재발의될 경우 단체행동에 들어갈지를 두고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노조는 "퇴직 공무원 보은 인사 임명안을 관철하는 시도가 계속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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