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 2026-09-21 12:10:54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떡집에 추석 대목이라는 건 이제 없는 것 같아요. 올해도 예약 주문이 한 건도 없네요."
추석을 사흘 앞둔 21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박경자(60대)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게 앞에는 '송편 주문 받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전화 주문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냉장 매대는 전원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박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명절 일주일 전부터 한 말, 반 말씩 예약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1∼2㎏ 단위의 당일 주문만 들어온다"며 "주문량이 예전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언니와 아들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제사 인구 감소와 차례 간소화 흐름 속에 전통 차례상 품목인 떡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이날 만난 떡집 상인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변화가 더욱 빨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적인 차례를 지내고 떡을 즐겨 먹던 고령층의 비율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크게 줄어든 영향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박씨네 가게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찹쌀떡과 피자설기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홍보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찾고 있다.
그는 "떡 스타일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그나마 근근이 장사가 되는 편"이라며 "뒷골목에 있는 다른 떡집은 일찍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30년간 떡집에서 일했다는 이모(70대)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씨는 "예전 같으면 이맘때 5만원 이상 대량 주문이 많았고 직원도 더 많이 썼는데 요즘은 주문이 없어 애당초 많이 만들지 않는다"며 "적게 만들어도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는 곳은 떡집만이 아니다.
차례상에 오르던 건어물을 파는 상인들에게도 명절 특수는 옛말이 됐다.
손님이 가장 북적거리는 곳인 육거리시장 입구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유모(60대)씨의 가게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유씨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계속 줄고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손님이 절반 정도 줄었다"며 "야채나 고기를 직접 보고 사려고 시장에 찾는 사람들이 겸사겸사 건어물도 사줘서 그나마 운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도 산자나 약과, 북어포처럼 꼭 필요한 것만 간소하게 사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5∼6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가게 앞 도로가 사람으로 가득해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며 "이제는 시장을 찾는 손님 자체가 크게 줄었다. 그동안 시장 건어물 가게 10곳 중 4곳꼴로 문을 닫은 것 같다"고 말했다.
50년 가까이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했다는 한모(70대)씨도 "손님이 너무 없어서 들이는 물건을 확 줄였다"며 "젊은 사람들은 제사상에 치킨이나 피자를 올린다는데 누가 건어물을 사 가겠느냐. 어르신들 말고는 손님이 없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명절 차례를 지내는 가구가 줄고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되면서 전통시장 명절 풍경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9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증가했다.
전체 소매판매액 가운데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30.3%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경향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1∼26일 가구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낼 계획인 가구는 27.3%에 불과했다. 지난해 40.4%보다 13.1%포인트 줄었다.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 가운데서도 50.9%만 '전통 예법에 맞춘 간소화'를 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차례와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진 데다 가격 비교나 배송이 용이한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하면서 직접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떡이나 황태포 같은 전통 품목이 차례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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