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5-16 12:14:15
첼로와 하나 된 거장, 부서진 소리 파편…양성원·오베르뉴 협연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하이든의 우아한 선율부터 박성아 '부서진 위성들'의 파격까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첼로를 품에 안은 무대 위 연주자가 지그시 눈을 감자 공연장에는 오직 선율과 연주자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정적이 맴돌았다.
활이 현을 스치는 순간, 첼리스트 양성원은 온몸을 음악에 맡긴 채 첼로와 하나 돼 18세기 고전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이끄는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국립 오케스트라와 양성원의 협연 무대가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악 중심 오케스트라와 거장의 만남은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날 공연의 1부를 묵직하게 이끈 주인공은 단연 양성원이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와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자 연세대 음악대학 교수인 그는 요제프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통해 고전 협주곡의 정수를 선보였다.
하이든이 이 곡을 통해 첼로를 단순히 저음을 받쳐주는 '조연'에서 벗어난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듯이 양성원 역시 자유롭고 당당한 선율로 무대를 채웠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은 때로는 섬세한, 때로는 폭발적인 선율을 만들어내며 관객의 깊은 몰입을 유도했다.
첼로와 물아일체가 된 거장의 연주는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 시각과 청각을 모두 아우르는 울림을 선사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작곡가 박성아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서진 위성들'(Broken Satellites)이 한국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곡은 위성이 중력에 의해 부서져 그 파편들이 거대한 고리를 이루는 과정을 형상화하며 소음과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했다.
연주자들은 활로 줄을 켜는 연주 방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첼로의 나무 몸통 부분을 타격하거나, 줄을 독특한 방식으로 튕겨내며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넘어 악기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음악의 일부로 활용하는 모습은 신선함을 줬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우아함과 현대음악의 실험적 도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대였다.
거장 양성원의 깊이 있는 음악 해석과 박성아의 현대적 감각, 그리고 오베르뉴론알프 국립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합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