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옥매광산 강제동원 역사, 지역민이 재조명한다

해남군 황산면 주민자치회, 광주 충장로서 팝업 전시

조근영

| 2024-10-10 16:03:51

▲ 해남 황산 옥매광산 추모 조형물 [해남군 제공]
▲ 해남 황산 옥매산 전경 [해남군 제공]

해남 옥매광산 강제동원 역사, 지역민이 재조명한다

해남군 황산면 주민자치회, 광주 충장로서 팝업 전시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일제강점기 전남 해남 옥매광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위로하는 전시회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마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해남군 황산면 주민자치회와 눙눙길 청년마을은 해남 옥매광산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를 모색하는 전시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을 오는 15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개최한다.

지역주민과 청년 예술인들이 협업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전국화하기 위한 '해남밖 진출' 시도이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옥매광산 저장창고 보존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옥매광산 저장창고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임에도 현재 조선대 사유지로 묶여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적지 방치로 광산 개발행위가 이어지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전시는 지역사회와 문화계가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추모탑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제가 열리는 등 옥매광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지역 내에서는 상당히 이뤄졌지만, 관련 행사가 해남을 벗어나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제목인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은 별이 된 118인의 영혼을 기억하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한 예술적 오마주다.

사운드 및 영상 작품 4점, 설치조각 2점, 주민참여 작품 300여 점,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담은 아카이브 5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보여준다.

전시의 백미로 꼽히는 1부 '빛과 소리'에서는 해남 주민들과 함께 만든 대규모 종이 장식물 설치작품인 '옥매광산 설위설경' 이 전시된다.

한지와 창호지로 장식된 8미터 길이의 조형물로 16채널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김서량 작가의 '도시의 소리 해남'을 들려준다.

2부 '흙과 풀'은 윤근영 작가의 흙을 소재로 한 조각 작품 '노동자'와 윤용신 작가의 옥매산의 식물들로 구성됐다.

3부 '118개의 걸음들'에서는 주민들이 손수 빚은 118개의 토템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며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을의 옥공예명인 3인이 해남옥을 가공해 만든 옥 소품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긴다.

4부 '기억되어지는 땅-해남'에서는 김서량 작가가 제작한 사운드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옥매광산과 제주도에 강제 징용된 후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불에 타 침몰한 배에 탑승했던 118인의 광부를 추모하며 과거와 현재의 해남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전시를 기획한 해남군 황산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자 눙눙길의 대표인 김지영씨는 10일 "잊혀 가는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예술을 통해 재조명하고 과거의 아픔을 넘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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