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성
| 2026-04-22 11:54:49
발레리노 김기민 "'볼레로' 안무 익히려 악기 전부 외웠죠"
베자르 발레 로잔 게스트 무용수로 출연…"리허설 세시간씩 했지만 행복"
15년만 내한 파브로 예술감독 "김기민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조언"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마린스키에서도 리허설이 한 시간을 넘기지 않았는데, 베자르 발레 로잔과는 리허설을 하루에 세 시간씩 했어요. 화장실도 안 가고 물도 마시지 않고 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 김기민이 오는 23∼26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에서 꿈꾸던 작품인 '볼레로'에 출연하는 설렘을 드러냈다.
김기민은 22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볼레로'는 제 꿈이기도 하고, BBL의 게스트 무용수로 춤을 추는 것이 큰 영광"이라며 "긴장이 많이 되어 비행기에서 잠도 자지 못했지만, 긴장된다는 것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볼레로'는 1961년 초연된 이래 BBL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BBL 설립자인 모리스 베자르가 작곡가 라벨의 동명 음악에 강렬한 안무를 붙여 역동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기민은 작중 주역 '라 멜로디' 역을 맡아 23일과 25일 무대에 오른다. 김기민은 무대에 놓인 테이블 위에 올라 독무를 선보이며, BBL 단원들은 김기민을 둘러싸고 군무를 펼칠 예정이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볼레로'의 특성상 동작 순서를 숙지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며 오케스트라 전체 연주를 외우는 방식으로 타이밍을 조율했다고 연습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30년 춤을 춘 분들도 순서를 잊어먹을 정도라 동작을 외울 방법을 찾아봤다"며 "제가 다행히도 귀가 나쁘지 않아서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순서대로 나오는 모든 악기를 외웠다. 그렇게 악기를 외우니 춤을 추기가 편했다"고 했다.
김기민은 과거 '볼레로'에 출연한 적 있는 줄리앙 파브로 예술감독에게 지도받으며 작품을 준비한 것이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김기민은 "줄리앙과 같이 리허설하기 전까지는 동작 연습을 혼자 아무리 해도 안 됐다"며 "어제는 어머니가 리허설을 참관하셨는데, '줄리앙은 잘하는데 왜 너는 못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파브로 예술감독은 "김기민은 리허설 내내 똑똑하고 항상 저희 말에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김기민에게는 누구처럼 보이려 하거나 특정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말고,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볼레로'와 함께 '햄릿', '불새', '라 루나' 등 발레단이 자랑하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인 '햄릿'에는 2020년부터 BBL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발레리나 이민경이 주역 오필리아로 나선다. 이민경은 김기민의 예원학교 1년 선배기도 하다.
이민경은 "제게 '햄릿'은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발레단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며 "BBL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 이번 공연에 임하는 자부심이 크고 뜻깊다"고 말했다.
BBL은 '현대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1987년 창단한 발레단이다. 전통적인 발레 기법에 독창적인 안무를 추가해 현대 발레의 경계를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 단체로, 이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라 루나'의 주역을 맡은 발레리나 솔렌 뷔렐은 "저희 발레단에는 약 20개국에서 온 다양한 국가의 다양성이 섞였다"며 "각국의 문화와 함께 베자르의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메시지 담은 작품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공연에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던 파브로 예술감독은 이번 무대로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브로 예술감독은 "그때도, 지금도 한국 관객들이 저희를 기쁘게 환영해주시고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하루빨리 한국 관객을 무대를 통해 만나 뵙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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