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정
| 2022-12-11 08:00:06
3주 뒤부터 소비기한 표시제…"혼동 없도록 잘 확인해야"
당분간 유통기한과 혼용될 듯…1년 동안은 계도 기간
음식쓰레기·식품 폐기비용 감소 효과…안전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3주 뒤인 새해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식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제가 1985년 도입된 이후 38년 만에 식품에 표시되는 기한이 변경되는 것이다.
영업자 중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하고 이 기한 이후로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함에도 대부분 소비자가 이를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면서 식품 폐기 비용 증가 및 환경 오염 문제가 지적돼왔다.
식약처는 업체와 소비자의 혼란을 고려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용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소비기한 표시는 세계적 추세…식품폐기 감소로 연간 9천억 편익 추정
우리나라의 소비기한 도입은 세계적 추세에 비춰보면 늦은 편이다.
11일 식약처에 따르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지난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 표시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EU)은 식품의 특성에 따라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냉동기한을 구분해 사용한다. 영국은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을 쓰고 일본도 소비기한과 상미기한(Best Before)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 규정에 따라 다양한 표시를 쓰고 있으나 미국 식품산업협회에서는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 사용을 권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김치, 잼류 등에 대한 품질유지기한이 도입되는 데 그쳤다.
소비기한 도입은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명확하게'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일정 기간은 섭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그에 따라 섭취 가능한 식품의 상당수가 버려졌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 처리비용은 1조960억원에 달하며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폐기가 줄면 소비자는 연간 8천860억원, 산업체는 260억원의 편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 어떻게 달라지나…우유는 2031년부터 적용하기로
통상 유통기한은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되고 식품 특성별로 다르지만 소비기한은 대부분 80∼90%로 설정된다.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제품에 표기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식약처는 이달 초 자체 실험·분석을 거쳐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두부는 17일(유통기한)에서 23일(소비기한)로 표시값이 6일(36%)가량 길어진다. 생면은 35일에서 42일로 7일(20%) 늘고, 간편조리세트는 6일에서 8일로 2일(27%) 는다.
발효유에 대해서는 기존 유통기한(18일)보다 72% 늘어난 32일의 소비기한이 설정됐다. 과채음료의 소비기한(20일)도 유통기한(11일)의 2배에 가깝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50개 식품유형 430개 품목에 대한 소비기한 참고값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참고값은 식약처가 제시하는 잠정적인 소비기한으로, 업체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자체 실험 없이 이 참고값보다 짧은 소비기한을 정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식약처는 우유의 경우 '오픈형 냉장고'에서 냉장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으면서 변질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2031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 당분간은 유통기한·소비기한 혼용될 듯…보관 온도·방법 더 중요해져
소비기한 표시제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식약처는 제도 안착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소비기한 표시를 '선(先)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1년의 계도기간도 뒀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 제품에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업무 부담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통기한은 그대로 두고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업체도 있다.
식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소비기한 표시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용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제품이 표시된 기한이 유통기한인지 소비기한인지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제품의 보관온도와 방법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지연 한국식품연구원 식품분석연구센터 연구원은 '식품산업과 영양'에 게재한 '식품의 소비기한: 현재 및 향후 전망' 연구보고서에서 "유통 및 판매자는 식품의 관리 온도 규정을 철저하게 지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고, 소비기한과 함께 소비자에게 온도, 저장 방법 등 소비 전까지 주의해야 할 점을 제품에 상세하게 표시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법적으로 규정된 냉장온도는 0∼10℃, 냉동온도는 -18℃, 상온은 15∼25℃, 실온은 1∼30℃인데, 이는 냉장온도를 5℃ 이하로 정한 미국 등에 비해 범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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