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9-10 11:20:27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한 서예 작품이 '친일파' 유물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했다.
유 관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맛대맛' 특별 강연에서 "최근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 관장은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 선보인 서예 작품과 관련해 착오를 일으켜서 국민들께 혼란을 드린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박물관은 올해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서 소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 친일파의 글씨로 확인되면서 전시품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족자 형태의 작품은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승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영규대사(?∼1592)가 말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구호를 담고 있다.
박물관은 '한인(韓人) 박원근' 서명을 바탕으로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이 쓴 글로 소개했고, 이를 알게 된 유족이 예를 올리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 한 달여 만에 제보를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탄받은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 박원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으며 1919년 3·1운동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박중양에 대해 "1935년 판 '조선공로자명감'(朝鮮功勞者銘鑑)에 의하면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식민 통치 25년간 최고의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고 전한다.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기본적으로 물질문화를 다룬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 밥 한 그릇이 갖는 의미를 주목하고자 유묵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백번을 잘하는 것보다 한 번 실수 안 하는 게 (박물관으로서) 더 옳다"며 "'일반시국은' 문구가 가진 의미는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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