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으로 대단하고 독특"…하종현의 첫 해외 미술관 회고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서 60여 년 예술 여정 조명
이소영 관장 "미국에서 사랑받을 작품…놀랍고 새로운 한국 거장 소개"

박의래

| 2026-09-23 11:47:55

▲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하종현 회고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열린 하종현(91) 회고전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현지 기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9.23. laecorp@yna.co.kr
▲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입구에 하종현 회고전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하종현 회고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열린 하종현(91) 회고전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현지 기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6.9.23. laecorp@yna.co.kr
▲ 하종현 신작 공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열린 하종현(91) 회고전에 공개된 신작들. (왼쪽부터) '접합 25-19', '접합 26-14', '이후접합 26-503'. 2026.9.23. laecorp@yna.co.kr
▲ 이소영 AAM 관장과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소영 AAM 관장(왼쪽)과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열린 하종현(91) 회고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3. laecorp@yna.co.kr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물감이 캔버스 뒤에서 앞으로 밀려 나오는 방식이라는 점이 흥미롭네요."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열린 하종현(91) 회고전 언론 사전 공개 행사장.

미군이 군량미를 담았던 마대를 잘라 캔버스로 만들고, 그 뒷면에 물감을 바른 뒤 밀대로 짓이겨 앞면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을 이소영 AAM 관장이 설명하자, 현지 기자들은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작품을 관찰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지 기자 약 20명이 현장을 찾았다. 관람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취재진은 하종현이 누구의 영향을 받았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등을 물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니치베이 타임스(Nichi Bei Times)의 벤 하마모토 기자는 "시각적으로 대단하고 독특한 질감이 인상적이었다"며 "사전에 사진을 보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오는 25일(현지시간)부터 AAM에서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의 대규모 전시 '하종현: 회고전'이 열린다. 하종현의 첫 해외 미술관 회고전이다.

전시가 열리는 AAM은 미국에서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실을 설치했고, 한국 미술 전담 학예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1970년대부터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해왔다.

지난해부터 AAM을 이끄는 이 관장은 "하종현의 첫 번째 해외 미술관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꼭 하고 싶었던 전시"라며 "관장 입장에서는 많은 관람객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데 미국 관람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판단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초청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김 감독은 "하종현을 단순히 단색화 화가로만 묶어두기보다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점을 알려주는 전시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하종현의 작품을 연대기로 보여주며 앵포르멜(비정형), 기하추상, 실험미술, 단색화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 속에서 그의 예술 궤적을 조명한다.

하종현은 1935년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초기작과 1969년 창립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활동 시기 작품에서는 오브제·설치·추상·개념미술을 넘나드는 실험을 보여준다.

하종현의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알린 '접합' 연작도 대거 선보인다. 1974년에 시작한 접합은 시기별로 변화한다. 1980년대에는 화면 전체에 고르게 힘이 배분되면서 세밀하고 균질한 표면 효과가 두드러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짙은 청색이 등장하면서 두꺼워진 물감층과 활달한 붓질, 상형문자 같은 기호를 통해 작가의 신체적 행위가 전면에 드러난다.

2010년부터 이어진 '이후접합'에서는 과거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조형 실험을 이어가는 면모를 볼 수 있다.

얇은 나무 조각을 캔버스로 감싼 뒤 막대기로 강하게 눌러 틈 사이로 물감이 흘러나오게 하거나, 물감이 밀려 나온 표면에 천을 콜라주(종이·천 등 재료를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하고, 캔버스 대신 거울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아흔이 넘은 하종현의 신작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완성한 '접합 25-19'와 올해 제작한 '접합 26-14', '이후접합 26-503'을 새로 선보인다.

'접합 25-19'는 화면 상단의 선명하고 짙은 푸른색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점 옅어져, 하단에서 흰빛으로 자연스럽게 이행된다. 색의 농담과 밀도 변화가 빛이나 안개가 내려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접합 26-14'는 압도적이고 강렬한 붉은색으로 화면을 채웠다. 밀려 나온 물감은 균일한 색면 대신 미세한 결의 차이와 밀도를 만들며, 힘 있는 붓질은 노화가의 여전히 뜨거운 에너지를 드러낸다.

'이후접합 26-503'은 수직으로 번진 검은 먹 사이로 화려한 오방색이 삐져나오며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평면과 입체, 유화와 먹, 서양화와 동양화적 기법을 넘나들며 독특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관장은 "40년 넘게 일한 미술관 경비원도 자신이 본 작품 중에 가장 특별하다고 말하더라"며 "미국 관람객에게 놀랍고 새로운 한국 거장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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