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 내주고 7개월 뒤 수용' 엇박자 행정에 혈세만 줄줄

평택시 "대동법기념비 역사공원 조성계획 예상 못한 실수"

최해민

| 2021-05-12 11:46:47

▲ 대동법 시행 기념비와 인근 공사장 [연합뉴스]
▲ 대동법 시행 기념비 [연합뉴스]

'건축허가 내주고 7개월 뒤 수용' 엇박자 행정에 혈세만 줄줄

평택시 "대동법기념비 역사공원 조성계획 예상 못한 실수"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평택시가 지역 문화재와 인접한 땅에 건축허가를 내준 뒤 7개월 만에 이 땅을 수용해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건축허가 과정에서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예상하지 못한 탓인데, 이로 인해 시는 향후 토지 수용 과정에서 수억원의 혈세를 낭비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11일 평택시 소사동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0호인 '대동법 시행 기념비' 인근 공사장에는 굴착기 한 대가 쉴 새 없이 오가며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사 현장과 기념비 경계는 불과 1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아 자칫 공사장 진동으로 기념비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소사동 한 주민은 "작년에 기념비 주변으로 역사공원을 만든다는 얘기가 돌아서 공원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돌연 건축 공사가 시작돼 마을 주민들도 내막을 궁금해하던 차였다"며 "어떻게 시가 문화재와 바로 딱 붙은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허가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대동법 시행 기념비는 조선시대 대동법(공물을 쌀로 통일해 바치게 한 납세제도)을 확대, 실시한 문정공 김육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659년 세워진 비석으로 1973년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보존 가치가 큰 문화재다.

그런데도 인접한 땅에서 건축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평택시가 지난해 10월 기념비와 인접한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387㎡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건축허가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시 문화재 담당 부서는 지난해 9월 건축허가를 위한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신청 건이 접수돼 경기도문화재심의위원들이 현장 조사를 할 때 이곳을 역사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한달 뒤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는 물론 건축허가까지 나가게 됐다.

문화재 부서에서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도지정문화재 대동법시행기념비 보존 및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 조사까지 마치고 기념비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기념비를 아예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인 상황이었다.

건축 허가가 나가고 불과 7개월 뒤인 최근에 와서 시는 이 기념비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인근 땅을 매입해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검토 중이다.

공원 조성 계획에는 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땅까지 수용하는 내용이 담겼고, 이 계획은 시장 결재만 남은 상태다.

평택시 관계자는 12일 "작년 9월 문화재위원 현장 조사 당시엔 기념비 주변을 역사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이 명확하게 수립되지 않았을 때라 위원들에게 알리지 못했다"며 "당시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위원들에게 알리고 허가를 보류했다면 좋았을 텐데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허가를 내준 땅을 다시 수용하게 되는 상황이라 토지 보상비가 늘어나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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