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우
| 2022-04-20 11:40:04
'금단의 땅' 봉암사 40년 만에 공개하려다…내부 논란에 철회
1982년 '특별수도원' 지정하고 일반인 출입통제…부처님오신날만 개방
세계명상마을 개원 기념 경내 순례 계획했다가 없던 일로
(문경=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일반인의 발길을 허용치 않아 온 조계종 특별수도원 봉암사가 세계명상마을 개원 기념으로 열리는 '간화선 대법회' 참가자들에게 경내 순례 기회를 주기로 했다가 내부 논란이 일자 계획을 철회했다.
20일 봉암사 등에 따르면 이 사찰은 1982년 조계종이 특별 수도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당시 정부는 법주사가 있는 충북 보은 속리산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봉암사가 있는 경북 문경 희양산 지역도 포함하려 했다.
봉암사 측은 이런 계획에 반발했고, 사찰부터 희양산 정상으로 통하는 소유 부지 일대에 '입산 금지'를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이곳에 머물며 수행하는 이들 외에는 봉암사 경내로 일반인 접근이 엄격히 통제됐다.
조계종은 1984년에는 선풍진작 등을 위해 이곳을 종립선원으로 결정했다.
봉암사는 약 1천100년 전 통일신라 헌강왕 때 지증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과거 태고 보우국사 등 많은 수행자가 이곳에서 정진해 선원으로서 유서가 깊다.
해방 직후인 1947년에는 성철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각오로 소위 '봉암사 결사'를 일으킨 곳이다.
한국 불교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요즘에도 석 달간의 집중 수행 기간인 안거철에는 전국에서 많은 수좌가 몰리는 곳이다.
하안거, 동안거 기간에는 수행승 80명 정도가 이곳에서 정진하며, 안거 사이 기간을 뜻하는 산철에도 40명 정도가 선방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암사 측은 1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에만 경내를 일반에게 공개해왔다. 석가모니 탄생을 온 세상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날을 제외하면 여지없이 봉암사 경내로 통하는 출입문은 닫혔다.
봉암사 측은 인근 사찰 소유 부지에 들어서는 세계명상마을이 개원 기념 '간화선 대법회'를 열며 행사 참가자들에게 경내 순례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오자 이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지자 내부에서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사찰 출입문을 계속 통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봉암사 주지 진범스님은 전날 기자들과 한 차담회에서 "봉암사의 산문 개방을 못 한다. 내부적으로 그렇게 결론이 났다"며 "'천년 산문이 열린다'고 홍보가 나면서 (봉암사 안에서)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상마을 오시는 분들께 미안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불자들이 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도 했다.
세계명상마을 개원에 맞춰 진행하려던 봉암사 경내 순례는 없던 일이 됐지만, 명상마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진범스님은 "봉암사와 세계명상마을은 이와 잇몸 같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같은 (봉암사의)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로 협조와 협력을 해야 하지 않나. 크게 보면 부처님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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