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4-22 11:42:08
천지에 뿌려진 빛의 메시지…'빛의 화가' 방혜자 회고전
초기 추상부터 말년까지 67점…퐁피두 소장품 등 미공개작 다수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서 9월 27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1937∼2022) 화백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부터 청주관에서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초기 추상 실험부터 말년의 심화한 빛의 화면까지 작품 67점과 아카이브 자료 등을 망라해 작가가 평생 천착해 온 '빛'의 의미와 그 변주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출품작 중 절반 이상이 국립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 세르누치박물관 등 프랑스 소재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1937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난 방혜자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드물게 일찍 추상회화에 뛰어든 여성 작가다.
1961년 국비유학생 1호로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며 유럽 미술의 흐름을 체득했다. 그러나 특정 사조에 귀속되기보다 내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감각을 가로지르는 독자적 화풍을 구축해 나갔다.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축적한 경험은 그의 화면에 시간과 공간, 문화의 층위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방혜자 작업의 핵심은 '빛'이다.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생명과 정신, 우주를 아우르는 존재론적 개념이다. 유년기의 병고, 산사에서의 체험, 전쟁과 격동의 시대를 통과한 기억은 빛에 대한 사유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2019년 작 '빛의 탄생'은 방혜자가 평생에 걸쳐 탐색해 온 빛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2018년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공모를 했고 '빛의 탄생'을 최종 선정해 2022년에 설치했다.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은 이를 재현한 것이다.
재료와 기법 또한 이러한 사유를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방혜자는 1970년대 한지를 도입하며 물성과 스밈의 효과를 탐구했고, 1990년대에는 천연 안료와 프랑스 남부 루시용의 황토를 끌어들였다. 이후 부직포 등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며 화면은 더욱 물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인 공간으로 확장됐다.
캔버스를 세워 그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바닥에 눕혀 작업하는 과정 역시 재료와 중력, 작가의 몸이 긴밀히 호응하는 수행적 행위에 가까웠다.
1996년 작 '우주의 노래'는 동양의 종이와 먹, 서구의 아크릴릭 물감, 자연의 흙을 이용한 작업이다. 방혜자는 자연의 에너지를 화면에 그대로 담고자 프랑스 남부 루시용의 붉은 황토를 활용했다.
화면을 가득 메운 황토와 먹의 기운이 사선의 구도로 깊고 넓은 빛의 세계를 그려냈다. 사선의 구도는 하늘과 땅을 구분하면서도 이어주고, 상승하는 방향성이자 내면을 찾아가는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방혜자는 생전 80여 회의 개인전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2010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2012년 한불문화상, '세계를 빛낸 여성 문화 예술인상' 등을 수상하며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방혜자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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