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
| 2021-09-06 11:42:29
게와 물고기가 이중섭 작품의 주 모티브가 된 까닭은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 특별전 개막
'행복했던 가족과의 추억' 담긴 이중섭 원화 12점 공개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가족과 함께 이북에서 서귀포로 피난 왔던 화가 이중섭과 그의 가족의 추억이 담긴 원화들이 70년 만에 서귀포로 되돌아왔다.
꼬박 1년 동안 알자리 동산이라 불리던 동네의 4.6㎡ 남짓의 단칸방에 머물렀던 이중섭은 종교단체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게나 물고기를 잡으며 전쟁의 시름을 잊고, 가족의 행복을 소중히 여겼던 추억은 그해 몇 점의 그림으로 탄생했다. 이후 그의 작품세계에선 소와 새, 어린이, 물고기와 게가 주된 모티브로 등장하게 됐다.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서 지냈던 가장 행복했던 시기의 원화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서 언제든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서귀포시는 일명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중섭 원화 가운데 12점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특별전을 이중섭미술관에서 지난 5일 개막한 것.
이중섭의 아들 야마모토 야스나리 씨는 일본에서 보내온 특별전 축사를 통해 "흩어졌던 작품들이 70년 만에 제작된 서귀포로 돌아온 것을 아버님도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내년 3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이중섭 원화 12점이 전시됐다.
원화와 함께 원화 이미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이중섭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 미술관의 발자취 등도 함께 전시돼 이중섭의 생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시되는 기증 작품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 은지화 2점, 엽서화 3점이다.
기증 작품 중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아이들과 끈' 등은 화가 이중섭이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이남으로 피난 온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서귀포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대표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이중섭이 1951년 서귀포로 피난 와 그린 작품으로 70년 만의 귀환을 상징한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와 해설 영상물을 별도로 제작해 비대면 온라인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이중섭미술관은 이번 기증으로 60점의 이중섭 원화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이외에도 이중섭 서지 자료와 유품인 팔레트 등 37점을 포함하면 총 97점의 이중섭 관련 자료를 소장하게 됐다.
특별전 이외에도 9월 6일 이중섭 화가의 기일을 기리기 위한 이중섭 창작뮤지컬과 오페라, 예술제, 제24회 이중섭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9월부터 진행된다.
이중섭 창작뮤지컬과 창작오페라 '이중섭'은 이중섭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 가족에 대한 그리움, 서귀포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담은 작품으로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다.
이중섭예술제는 이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중섭공원 일원에서 개최되며, 제24회 이중섭 세미나는 서귀포시 칼호텔에서 10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중섭미술관은 특별전과 함께 관람객을 대상으로 이중섭을 추억하는 그림편지 쓰기 행사, 은지화 그리기 체험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기회도 마련된다.
관람은 이중섭미술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 또는 현장 발권(사전예약 마감 후 잔여 인원 대상)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는 서귀포시 문화예술과(☎064-760-3551) 또는 이중섭미술관(☎064-760-3561)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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