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 2026-09-28 11:33:48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 유형문화재 1호인 '송자대전판'(宋子大全版)의 제작 경위를 밝힐 고문서가 새롭게 발견됐다.
대전시립박물관은 지역의 한 수집가로부터 송자대전판 복간 사업과 관련된 '송자대전중간소'(宋子大全重刊所) 망첩(望帖·추천서)과 피봉(皮封·봉투) 2점을 기증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송자대전판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을 모은 문집 '송자대전'을 인쇄하기 위해 만든 목판이다.
총 5천277판인 송자대전판은 조선 정조 11년(1789년)에 제작됐으나, 1907년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타 소실됐다.
이에 유림은 1909년 정부에 중간(重刊) 비용 지원을 요청했고, 1910년 '송자대전판본중간사무소'를 개소했다.
당시 '황성신문' 등에 관련 광고가 여러 차례 실렸지만, 이후 중간 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물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망첩은 1913년 9월 15일 작성된 문서로, 상의장·소장·교정장·감인장·총무장·재무장·감무 등 중간소 직책에 적합한 인사로 추천된 인물이 기록돼 있다.
각 직책의 직인도 함께 확인돼 중간 사업이 일정한 조직과 업무체계를 갖추고 추진돼 왔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확인된 송자대전 중간소 관련 고문서는 대부분 1925년 이후의 자료로, 기존 연구에서는 1925년께 대전 소제리에 중간소가 설치돼 본격적인 판각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해 왔다.
이번 망첩은 송자대전판을 다시 만들려는 움직임이 그보다 훨씬 앞서 있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실물 자료다.
특히 상반된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 추천 인사에 포함돼 있어 흥미롭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각각 상의장과 소장, 교정장에 추천된 민영규·김종한·김학진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은 친일 인사들인데, 을사늑약 이후 홍주의병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운 항일 의병장인 민종식도 총무장에 추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를 발굴한 고윤수 시 학예연구관은 "국권피탈을 전후한 시기 친일 인사들이 중간 사업의 핵심 직책에 참여하는 한편, 항일 의병장인 민종식까지 같은 조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조직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20년대 중반 다시 등장한 중간소에서는 친일 인사들이 상당 부분 빠지고, 전국 유림이 참여해 존화양이(尊華攘夷)와 위정척사(衛正斥邪)의 계승을 중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며 "1910년대와 1920년대 중간사업 사이의 인적·사상적 연속성과 변화 과정을 밝히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연구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립박물관은 이번에 기증받은 망첩을 최근 미국에서 환수한 송자대전판 1점과 함께 이달 말 '박물관 속 작은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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