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모
| 2026-03-23 11:04:07
비닐·포장재 수급 비상…뷰티·패션·식품업계까지 우려 확산
나프타 수급 차질에 PE·PP 공급 불안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신선미 한주홍 기자 =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도입 차질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비닐봉지와 포장지, 용기 등을 만드는 이들 업체는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4월 생산 중단설'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들로부터 포장지나 용기 등을 납품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패션·식품업계에도 그 영향이 확산하는 조짐이다.
◇ PE·PP 수급 불안에 플라스틱 가공업계 위기 고조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원료 확보 부담을 겪으면서 나프타 분해 설비(NCC) 가동률을 낮추는 등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유화사로부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플라스틱 가공업체들도 원료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료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보고 있다.
한 플라스틱 가공업체 관계자는 "3월까지는 어느 정도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4월까지 수급 차질이 계속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약 2만개, 종사자 수는 24만명이다. 이들 업체의 90%가 20인 이하 영세 사업자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 PE, PP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나프타의 대체 수입선 발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 등 대체 공급망을 확보할 경우 운송 기간 단축 등 측면에서 대응 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라스틱연합회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입하면 4일이면 들여올 수 있다"며 "수입선이 다변화 등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플라스틱 가공업계가 4월에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은 비닐과 포장재 등 일상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플라스틱 가공업체의 생산 차질이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PE는 비닐봉지, 종량제 봉투, 비닐하우스 필름 등, PP는 도시락 용기, 반찬통, 컵라면 용기, 화장품 용기 등의 소재로 쓰인다.
◇ 뷰티·패션·식품으로 번지는 여파…포장재 수급 '비상'
이번 여파가 화장품·패션·식품 등 전방 산업으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용기와 포장재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재고를 확보해 단기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장재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K뷰티 성장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뷰티기업 관계자는 "이미 공급업체에서 용기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다"며 "우리는 재고를 넉넉히 확보하고 있어서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사태(중동 상황)가 장기화할 수 있어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단과 완제품 단계에서는 일정 수준 재고가 있어 당장 생산 차질은 없지만, 원료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이 누적될 경우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패션회사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고환율, 고유가, 고운임 등이 지속될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라면 봉지나 스낵 포장지, 음료·생수 페트병 등 대다수 식품 포장재의 주원료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대형 식품사들은 통상 2∼3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재료 수급 차질과 납품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라면 포장재 등을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삼양식품[003230]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생산에 즉각적인 차질은 없다"면서도 "현 상황이 지속되면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단가가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심[004370]의 포장재 계열사인 율촌화학[008730]은 약 2∼3개월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상황이 길어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참치 캔 등 포장재를 제조하는 동원시스템즈[014820]는 이미 원가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는 "필름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해진 데다 가격까지 오르면서 원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장기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안전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납품단가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가격 인상 여력이 크지 않아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납품단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비용 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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