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갸거겨' 외침이 100년의 기억으로…우리 말글을 지킨 역사

국립한글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과 '일구이륙 무한이륙' 전시
한글날 제정 100주년 의미 조명…121점 유물로 한글날 역사 등 소개
광복 후 서울역 창고서 찾은 사전 원고·프랑스 소장 음

김예나

| 2026-10-01 11:20:14

▲ '한글' 제2권 제7호 1934년 10월 조선어학회에서 발행한 '한글' 자료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조선어학회 '한글' 창간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주요 전시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7세기 간행 추정 '훈몽자회', 한글 음절표, '말모이' 원고 복제본, 1916년 조선어강습원 고등과 졸업증서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글 배열로 운수를 점치는 책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보물 '조선말 큰사전 원고'(왼쪽)과 사전 사전 원고는 한글학회 소장품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모습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체험 공간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모습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 전하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세종실록 1446년 음력 9월 29일 기록 중에서)

1446년 조선에서는 새로운 문자가 반포된다.

조선의 제4대 임금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재위 1418∼1450)이 창제한 '바른 소리', 지금의 한글이다.

훈민정음은 우리 민족의 생각과 뜻을 담은 그릇으로 널리 쓰였고, 수백 년이 지나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는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중심에 섰다.

1926년 11월에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80돌이 되는 해를 맞아 '가갸날' 기념행사가 열렸고, 엄혹한 시대 상황에도 세종대왕의 큰 뜻을 이어갔다.

국립한글박물관에 따르면 1942년에는 일제가 조선어학회 회원과 관련 인물을 강제로 연행하면서 기념식을 주관할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최초의 '한글날' 이후 100년의 여정과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선보이는 '일구이륙 무한이륙' 특별전이다.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에서 이달 2일 개막하는 전시는 한글날과 관련된 한글문화 자료 116건(세부 수량 121점)을 모았다.

박물관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이며 우리의 삶과 정신의 뿌리"라며 "100년간 지키고 가꾸어 온 한글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926년 11월 4일 치러진 '가갸날'을 조명하며 시작된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회는 당시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우는 점에 착안해 '가갸날'로 이름을 정하고 훈민정음 창제의 의미를 기렸다.

전시에서는 '가갸날'이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고, 음력 9월 29일을 기준으로 한 기념일을 10월 9일로 바꾸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훈민정음 반포 '8번째 회갑(480년)'을 기념하자고 제안하는 광고, 한글날의 유래와 양력 날짜 변경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1934년 10월 '한글' 잡지 등이 공개된다.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으나 이후 제외됐다가 2005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2012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변천사도 다룬다.

우리 말글을 지켜낸 학자들의 희생과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시경(1876∼1914)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 원고 복제본, 조선어학회의 기관지인 '한글' 창간호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가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작성한 우리말 사전 원고의 최종 수정본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어학회 수난 사건'으로 일제 경찰에 압수된 뒤 행방을 알 수 없었으나, 이 자료를 찾아 우리 말글의 보존과 사전 편찬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글과 한글날의 역사를 간직한 귀한 자료들이 모였다.

'한글'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는 초기 문헌 '한글모 죽보기' 자료,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1894∼1970)가 조선어강습원에서 중등 과정을 마친 뒤 받은 증서가 공개된다.

19세기 무렵 한글 확산에 큰 역할을 한글 음절표의 경우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음절표, 음절표를 찍어냈던 목판 등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다.

'가'부터 '워'까지 한글 음절 배열 18자로 구성된 원형 글자판을 이용해 직업, 이사, 시험 등의 운수를 점쳐보는 책 등도 눈길을 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를 '한글의 해'로 선포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달 7일에는 송암 박두성(1888∼1963)이 조선어점자연구회를 결성해 연구한 끝에 1926년 완성한 한글점자 체계 '훈맹정음' 반포 100돌을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6∼8일에는 광화문에서 열리는 '한글한마당' 행사에서 한글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과 콘텐츠를 전시·판매하는 산업전도 열 계획이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많은 이들에게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나누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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