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35주년은 기적…제 노래가 여러분의 '별의 순간' 되길"

단독 콘서트 매진…3시간 넘는 생생한 라이브로 35년史 망라·춤 실력도 뽐내
"세월은 흐르는 게 아닌 쌓이는 것…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함으로 평생 여러분과 함께"

이태수

| 2025-11-03 11:18:42

▲ 포즈 취하는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서울=연합뉴스) 가수 신승훈이 22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데뷔 35주년 기념 정규 12집 '신시얼리 멜로디스'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2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신승훈, 11월 데뷔일에 서울서 35주년 콘서트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수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승훈 35주년 콘서트 '신시얼리 35' [촬영=이태수] tsl@yna.co.kr

신승훈 "35주년은 기적…제 노래가 여러분의 '별의 순간' 되길"

단독 콘서트 매진…3시간 넘는 생생한 라이브로 35년史 망라·춤 실력도 뽐내

"세월은 흐르는 게 아닌 쌓이는 것…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함으로 평생 여러분과 함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가 전해드리는 노래가 여러분들에게 언젠가 찾아올 '별의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신시얼리 35'(SINCERELY 35)에서 데뷔 35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자신의 신곡 제목에 빗대 이같이 덤덤하게 밝혔다.

그는 "35주년은 여러분과 제가 만든 기적 같은 일이다. '미소 속의 비친 그대'라는 한 곡을 시작으로 작은 떨림이 이렇게 큰 울림이 돼 여러분과 많은 추억을 쌓게 됐다"며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35도 정도의 따뜻함으로 평생 여러분과 음악으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승훈은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신승훈은 '아이 빌리브'(I Believe), '보이지 않는 사랑', '날 울리지마', '보이지 않는 사랑' 등의 대표곡으로 사랑받았다. 1집 140만장을 시작으로 7집까지 연속해 밀리언셀러를 달성했고,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TV 음악 프로그램 14주 연속 1위, '골든디스크' 사상 최다 수상 등의 기록을 남겨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5주년 데뷔 기념일인 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이번 콘서트에서 신승훈과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로 돌아가 그 시절 추억을 다시 마주했다. 이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35년 가수 여정과 격동의 현대사를 오버랩한 오프닝 영상에 이어 멋들어진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신승훈은 '위드 미'(With Me)로 이날 공연의 막을 올렸다.

두 번째 곡으로 곧바로 히트곡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이 나오고 얼마 가지 않아 '아이 빌리브'(I Believe)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같은 대표곡이 잇따라 나오자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신승훈은 현악기와 관악기를 곁들인 라이브 밴드의 현장감 있는 연주에 특유의 미성을 얹어 3시간 넘는 공연 내내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를 들려줬다. 가성과 고음을 오가는 고난도의 발라드 무대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오롯이 100% 본인의 목소리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모습에서는 '역시 신승훈'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오빠∼!"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와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신승훈은 1990년대 큰 사랑을 받은 히트곡과 9월 발표한 12집에 수록된 신곡을 적절히 버무려 인터뷰 때마다 늘 강조하는 '현재 진행형' 가수임을 증명해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부르자 "나는 울고 싶진 않아 / 다시 웃고 싶어졌지 / 그런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모습 보면서∼"라는 후렴 부분에서 떼창이 나왔다.

2분대로 길이가 짧아진 요즘 노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긴 호흡, 차곡차곡 쌓여 올라가는 감정선, 분출하는 듯한 클라이맥스, 이후로 은은한 잔향처럼 남는 여운 등 1990년대 히트곡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었다.

신승훈은 '발라드의 황제'로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주요 히트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발라드를 넘어 제3세계 음악 느낌의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시티팝 '러브 플레이리스트'(Luv Playlist), 브리티시 록 '별의 순간', 모던록 스타일의 '라디오를 켜봐요' 등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펼쳐냈다.

또 '로미오 & 줄리엣', '사랑느낌', '이쯤해서', '내 방식대로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신승훈표 댄스곡 메들리'에서는 직접 안무를 소화하며 춤 실력도 뽐냈다. 관객들은 발라드 황제의 몸짓을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신승훈은 워낙 히트곡이 많은 만큼 세트리스트를 짜기가 쉽지는 않았다고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별을 배운다', '나비효과', '가잖아' 등 빼놓기에 아쉬운 노래들을 메들리로 들려주기도 했다. 치열한 티켓팅 경쟁을 겪은 팬들을 위해 '난 언제쯤이면 앞자리 앉아 볼까요'라고 재치 있게 개사한 '그런 날이 오겠죠'도 불렀다.

그는 "관객 각자가 좋아하는 타이틀곡이 다 다르다"며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싶다며 해당 노래가 공연에서 안 나오면 내용증명이라도 보내는 게 아니냐"고 너스레도 떨었다.

이날 콘서트 중간중간 등장한 1990년대 활동 영상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래 제목처럼 여의도 KBS 상공 위에서 열창한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나 혼신의 힘을 다한 댄스 무대 등은 관객의 박수갈채를 이끌었다.

데뷔 시절부터 팬이라는 관객 이수아(44)·양은정(47) 씨는 "우리의 청춘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준 신승훈이 참 고맙다. 1990년 길거리에서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듣고 그 목소리에 반해 팬이 됐다"며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하며 지금의 우리 나이대에 맞는 가사를 써 줘서 너무나 고맙다. 아직도 그의 노래로 위로를 받는다. 50주년까지 꼭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도'가 아닌, 음악'만' 해 온 35년입니다. 저도 가끔 이 점이 대견해서 '수고했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줍니다. 세월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겁니다. 35년 동안 쌓아온 저의 내공을 오늘 한 번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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