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9-22 11:18:26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국 관객이 보내주는 환호와 박수 소리 같은 에너지는 찾아볼 수 없어요. 무대에 오르는 순간 팝스타가 된 기분이 들죠."(윤보나)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EFO)가 다음 달 18일(아트센터인천)과 20일(서울 예술의전당) 4년 만의 내한 무대에 한국인 연주자 4명과 함께 오른다.
유럽 명문 악단과 학계에서 각자 입지를 다져온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은·윤보나·김원호, 더블베이시스트 홍성혁이다.
이번 연주회에는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도 협연자로 함께 한다.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이경은은 "고국 무대에 선다는 건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라며 "우리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즐겁게 소통하고 호흡하는지 그 열정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호 역시 "유럽에서 자랐지만, 마음 깊은 곳엔 한국인이란 정체성이 강하다"며 "한국 관객은 클래식 음악과 무대 위의 음악가들에게 보내는 놀라운 열정과 응원으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 무대에서 연주할 때 그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고"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FO는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 '패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창단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각자 유럽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로 활동 중인 한국인 4명은 에스토니아의 여름 축제인 '패르누 뮤직 페스티벌'에 모여 EFO로 호흡을 맞춘다. 단원들은 정규 오케스트라와 달리, 음악적 열정 하나로 모이는 페스티벌 악단만의 독보적인 시너지를 매력으로 꼽았다.
이경은은 "이미 각자의 무대에서 기량을 쌓은 베테랑들이 모여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엄청난 자극이 된다"며 "정해진 틀에 맞추기보다 그 순간의 호흡을 창조해 나가는 느낌이기에 무대 위 연주가 늘 살아 숨 쉬고 유연하게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윤보나도 "일상의 여러 고민은 집에 두고, 오로지 순수한 음악적 소통을 위해 1년에 한두 번 모인다"며 "각기 다른 배경과 삶의 경험을 지닌 연주자들이 저마다 고유한 무언가를 더하면서 EFO만의 특별한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창단 초창기부터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홍성혁 역시 "정규 오케스트라보다 서로의 소리에 훨씬 더 민감하게 듣고 반응해야 하기에 때론 큰 도전이 된다"면서도 "파보 예르비의 비전 안에서 단원 개개인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원들은 파보 예르비와의 호흡에 대해 연주자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거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경은은 "명확한 음악적 지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소리를 발견하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했다.
윤보나는 "어떠한 위계도 없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휘자"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내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EFO는 한국에서 초연되는 에스토니아 작곡가 에르키스벤 튀르의 '패션-일루전'을 시작으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1번(10월 18일)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10월 20일)을 연주한다.
윤보나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세 작곡가의 음악을 다룬다는 점에서 EFO의 이념과 닮은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EFO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에스토니아 대표 작곡가인 튀르의 작품을 현지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들려줄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김원호는 "멋진 '북방의 정신'이 담긴 구성"이라며 "튀르의 독창적인 미니멀리즘과 록 기법, 핀란드의 정신을 담은 시벨리우스, 그리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감정의 여정을 그린 북독일 출신 브람스의 음악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고 소개했다.
협연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의 호흡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윤보나는 "지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한국 투어 당시 함께 연주하며 정말 즐거웠다"며 "EFO와의 만남은 천생연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원호와 홍성혁 또한 "노래하듯 깊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뛰어난 기량을 지닌 음악가"라며 "EFO의 역동적인 사운드와 만나 밀도 높은 음악적 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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