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열린 벚꽃길·버스킹…불안 속 '일상회복' 시동

홍대앞 버스킹 예약 개시하자마자 4월 예약 꽉 차…학교도 차츰 정상화
위중증 증가에도 거리두기 완화 흐름…자영업자들은 기대반 걱정반

이정현

| 2022-03-31 11:16:28

▲ 양재천 벚꽃길, 3년 만에 전면 개방 (서울=연합뉴스) 서울 서초구가 4월 15일까지 양재천 등 지역 내 주요 하천 벚꽃길을 3년 만에 전면 개방한다. 사진은 벚꽃이 절정인 시기의 양재천 모습 [서울 서초구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마포구, '버스킹 명소' 홍대 야외공연장 운영 재개 (서울=연합뉴스) 서울 마포구가 '버스킹 명소'로 알려진 홍대 걷고싶은거리 야외공연장 운영을 1년 4개월 만에 재개한다. [서대문구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31일 오전 양재천 모습 [촬영 서대연 수습기자]

3년만에 열린 벚꽃길·버스킹…불안 속 '일상회복' 시동

홍대앞 버스킹 예약 개시하자마자 4월 예약 꽉 차…학교도 차츰 정상화

위중증 증가에도 거리두기 완화 흐름…자영업자들은 기대반 걱정반

(서울=연합뉴스) "이제 꽃도 피니 사람들이 많이 나오겠죠. 걱정 반 기대 반이네요."

31일 3년 만에 전면 개방된 양재천 벚꽃길에서 만난 박모(66) 씨는 선캡에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박씨는 "봄이 오는 건 좋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방역 정책도 달라질 텐데, 그 사이에 (감염 상황이)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알 수 없어서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중증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매일 신규 확진자가 30만∼40만 명을 기록 중인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은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이 이어지고 있다.

소아 백신 접종도 시작하고, 학교는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와도 등교하게 하면서 코로나19를 감기처럼 봐야한다는 분위기도 일상에 만연해졌다.

이날 오전 양재천에도 맨눈으로 보이는 200m 구간에만 40∼50명의 시민이 벚꽃을 보러 몰렸다. 이미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곳도 있었고, 아직 피지 않은 벚나무에도 조금씩 분홍빛이 돌기 시작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휴가를 내고 반려견 두 마리와 산책 나온 직장인 김헌경(33) 씨는 "확진자가 많지만 우리는 백신 접종률도 높고, 개인위생만 쓰면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려면 안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이틀 뒤에는 '벚꽃놀이의 메카'로 불리는 여의도도 산책로를 개방할 예정이고, 홍대 앞 버스킹도 재개돼 이날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홍대 앞 버스킹은 예약을 개시하자마자 4월은 꽉 찼다. 평일도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주요 시간대는 마감됐고, '불금'에도 노래와 댄스 등 다양한 장르로 버스킹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토요일은 정오부터 전 시간대가 마감이다.

홍대 신입생 이모(19) 씨는 "올해 입학했는데 버스킹을 구경해보고 싶다. 입학하고도 모임도 한 번도 못 했는데 MT도 가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대부분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충순(48) 씨는 "4월에 (거리두기가) 좀 풀린다고 하니 다들 기대가 있다. 특히 버스킹도 열리니 이번 달만 버티면 다음 달엔 좀 괜찮으려나 싶다"며 "코로나19 이후로 빚이 7천만원 정도 생겼다"고 말했다.

신림역 인근에서 돼지고깃집을 운영하는 이광복(56) 씨는 "영업시간 제한을 아예 풀어버려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식당이나 대중교통 밀집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하는 윤모(59) 씨는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이미 2년간 너무 많은 규제를 했고, 손님들도 배달 음식에 익숙해져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위중증자와 사망자가 많은 상태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낙성대 인근에 거주하는 이쾌우(76)씨는 "중고생 손주 2명과 아들, 며느리가 다 확진됐다. 애들이 학교에서 걸려오니 가족 모두가 걸린 것"이라며 "갑자기 너무 규제를 풀어버리면 코로나 감염 확률도 높아져서 위험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홍대 인근에서 라면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도 "아직은 일상 회복이 성급하지 않나 싶다. 유행 정점이 완전히 지난 건지 확신도 없다. 절반 정도는 걸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렇게 풀었다가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면 상황이 더 길어질 수도 있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현 서대연 오진송 임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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