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파
| 2021-08-12 11:15:53
태안 안면도 '송진 수탈 소나무' 충남 문화재 등록 추진
일제 무분별한 채취로 'V'자 생채기…아픈 역사 잊지 않으려 안내판도 설치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제76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송진 수탈로 상처 난 충남 태안군 안면도 소나무(안면송)의 가슴 아픈 과거가 재조명받고 있다.
태안군은 일제강점기 소나무 송진 채취가 이뤄졌던 안면송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상처 난 소나무' 안내판을 설치하고, 충청남도 문화재 등록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말 일제는 전쟁물자인 송탄유 확보를 위해 안면도 주민을 강제로 동원, 안면송에 톱날로 'V'자형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송진을 채취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마구잡이 동원한 석탄 채취로 악명이 높았던 아소 가문의 아소상점이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 의뢰로 송진 채취에 나섰다.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안면송이 수탈 대상이 됐다.
'V'자형 상처는 아소상점이 저렴하고 손쉽게 송진을 채취하려고 고안한 방식으로, 안면송에 회복되지 않는 큰 상처를 입혔다.
1930년대 초 시작된 송진 채취는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계속됐다.
군은 이런 가슴 아픈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국립산림과학원 등 전문기관을 통한 정밀 연륜 조사와 학술대회 개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세로 군수는 "태안을 상징하는 안면송의 상처를 잊지 않고 후대에 전하고자 한다"며 "안타까움을 간직한 피해목이 반드시 충청남도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보호종으로 특별관리하는 안면송은 조선시대 경복궁 및 창덕궁 건축과 대형 선박 건조 등에 사용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는 국내 대표 소나무다.
현재 안면도 일원 4천802㏊(도유림 3천550·사유림 1천252㏊)에서 14만1천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적색의 이 소나무는 키가 16∼20m로, 일반 소나무보다 3∼4m가량 길고 곧게 뻗은 게 특징이다.
2008년 화재로 소실돼 전 국민에게 슬픔을 안겼던 숭례문 복원에 안면송이 쓰이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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