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두
| 2022-09-08 11:10:28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의 탐사기 '생명해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천㎞가량 떨어진 남태평양의 절해고도다.
모두 12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이 제도는 지각판의 충돌로 발생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려 딱딱하게 굳은 돌 외에는 한 줌의 흙조차 지니지 못한 땅이었다. 생명의 불모지 같았던 이곳에서 어떻게 풍성한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1835년 가을, 20대 젊은 청년이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영국의 함선 비글호를 타고 이 섬에 도착해 고유 생물인 땅거북과 이구아나 등을 관찰했다. 이는 훗날 진화론의 단초를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로부터 200년가량 흐른 뒤 이번에는 일본의 생물학자이자 박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총합문화정책학부)가 다윈의 비글호 항로를 따라 갈라파고스를 탐사했다. 2020년 3월, 5박 6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네 곳의 섬에 들러 진행한 탐사였지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과 마주함으로써 생명의 본질을 찬찬히 들여다본 특별한 항해였다.
신간 '생명해류'는 신이치 교수가 진화와 생명의 본질을 110여 장의 도판과 함께 기록한 항해탐사기로 플로레아나섬, 이사벨라섬, 산티아고섬 등에서 만난 진귀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독특한 생태계가 생겨난 데는 생명의 '이타성'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용암이 겨우 식어내린 최초의 바위섬에는 극소량의 빗물과 공기 중 습도, 태양광선만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강인한 식물, 즉 용암선인장 씨앗 정도가 겨우 뿌리내릴 수 있었다.
갈매기 똥에 섞여 이 섬에 들어온 선인장의 씨앗은 발아해 물을 저장하고, 광합성을 하고, 열매를 맺고, 유기물을 합성해 이것을 대지에 떨어뜨렸다. 이때 이 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양분만 합성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명을 길러낼 수 있을 만큼 더 많이 활동해 그 토대를 제공했다. 이타적 행동을 한 것이다.
"젊은 다윈은 이 갈라파고스섬에 도착해 그곳에서 전개되는 놀라운 생명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라 할 만했고 생명의 본모습이라 할 만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그리스어로 본래의 자연이라는 의미의 '피시스(physis)'라 부르고자 한다."
저자는 다윈이 맨 먼저 목격한 것이 '피시스'였고 이것이 '로고스(logos)'화한 결과가 바로 진화론이라면서 "다윈이 처음 갈라파고스를 접했던 원점으로 돌아가 그가 봤던 피시스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탐사 동기를 밝힌다.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 펴냄. 296쪽. 1만7천원.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