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 머물렀던 '용상사' 실체 밝혀질까…건물터·퇴수대 확인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추정 지역 조사…불교 의식용 금강령도 나와
거란군 침입 피한 현종 관련성 주목…인근 덕은리 유적과 검토 예정

김예나

| 2026-05-13 11:10:16

▲ 파주 용상사지 추정 터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파주 용상사지 추정터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파주 용상사지 추정 지역의 퇴수대 모습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발굴 조사로 출토된 금속유물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증동국여지승람' 관련 기록 한국고전번역원이 운영하는 한국고전종합DB에 공개된 원문 이미지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 왕 머물렀던 '용상사' 실체 밝혀질까…건물터·퇴수대 확인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추정 지역 조사…불교 의식용 금강령도 나와

거란군 침입 피한 현종 관련성 주목…인근 덕은리 유적과 검토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항간에 전하기로는 고려 왕이 일찍이 피란하여 여기에 주필(駐蹕·임금이 가던 길을 멈추고 머무르거나 묵던 일을 뜻함) 하였으므로…."

조선시대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파주의 사찰 용상사(龍床寺)가 월롱산(月籠山)에 있다고 전하며 이같이 설명한다.

용상은 왕이 머물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고려시대 역사를 기록한 '고려사'(高麗史) 등에는 정확한 기록이 나와 있지 않지만, 재위 기간에 거란의 침입을 받았던 현종(재위 992∼1031)의 이야기라는 설이 전한다.

그동안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파주 용상사의 존재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산138 일대에서 고려시대부터 조선에 걸친 건물터 등 사찰 관련 유적과 유물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곳은 2010년 불교문화유산연구소가 폐사지를 조사해 추정한 사찰 터다.

월롱산 정상과 가까운 계곡부에 석축을 쌓아 만든 평탄한 땅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 암반과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건물 3동의 터와 기단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壇) 시설, 석축, 담장, 사각 구조물, 아궁이, 구들 등이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건물터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중첩된 상태로 발견돼 긴 시간 동안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특히 퇴수대(退水臺)로 추정되는 시설을 주목하고 있다.

퇴수대는 부처님께 올린 청정수나 공양을 마친 물을 버리는 곳으로, '천수통'(天水筒), '청수통'(靑水筒), '아귀구'(餓鬼口), '아귀발우'(餓鬼鉢盂)로도 불린다.

발견된 퇴수대는 가장자리에는 석재를 두르고 안에는 기와 조각을 채워 넣은 형태다.

연구소는 가장 이른 시기에 지어진 건물터 기단 앞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퇴수대가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수 개안사지, 강진 월남사지 등에서도 비슷한 시설이 발견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꽃 모양 잔, 주전자 등 여러 청자 조각도 출토됐다.

조사 지역의 동쪽에 있던 구덩이에서는 불교 의식에서 소리를 낼 때 쓰는 종인 금강령(金剛鈴)과 청동 등잔대, 청동 숟가락, 철제 가위 등이 나왔다.

연구소는 "금속 유물은 일괄 매납된 상태"였다며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를 근처 덕은리 유적과 비교 검토할 계획이다.

덕은리 산134번지 일원에선 2011년 국방문화유산연구원의 조사로 고려∼조선시대에 걸친 건물지 5동과 구들, 배수로, 담장 등이 확인됐다.

용상사지의 정확한 위치는 추가 조사를 거쳐 밝혀질 전망이다.

연구소는 15일 오후 2시 그간의 성과를 알리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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