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 2026-09-18 09:52:02
(수원=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기자님 집은 차례 지내요? 추석이라고 대목 보는 것도 옛말이지요."
추석 명절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수원시의 전통시장인 못골 시장. 이곳에서 2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해온 김 모 씨는 해마다 달라지는 명절 풍속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추석이면 가정마다 송편을 사 가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떡을 찾는 손님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누군가는 세월이 고맙게 흘렀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떡집에는 세월이 참 고약하게 흘렀다"며 "떡은 하루만 지나도 못쓰게 되는데 저녁까지 안 팔리면 헐값이라도 받고 팔아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명절 전이면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시장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은 오전 6시부터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정오가 가까워져도 도라지와 고사리 등 제수용 나물과 햇밤은 손도 타지 않은 채 광주리에 가득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오가는 손님이 뜸한 사이 흙도라지 껍질을 손질해 매대에 올려놓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2시 30분께 시장에는 오전보다 오가는 사람이 늘었지만, 예전 명절처럼 양손 가득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조금 더 사가면 싸게 해주겠다"며 손님들을 붙잡아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필요한 만큼만 물건을 산 뒤 발걸음을 옮겼다.
친정어머니의 대를 이어 전을 부쳐 판매하는 강 모(45) 씨도 명절이 예전 같지 않다.
강 씨는 "과거에는 명절을 앞두고 하루 종일 전을 부쳐도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며 "최근에는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조금씩 사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대목이라고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서 한돈과 한우 등을 평소보다 15∼30% 할인해 판매하는 정육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평소 600g에 1만원대인 한돈 앞다리살은 8천원대에, 2만원대인 국거리용 한우 양지치마살 300g은 1만원 초반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걸었지만, 명절이라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사가는 손님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후 3시께 미나리광시장에서도 달라진 명절 풍속을 엿볼 수 있었다.
과일 등 청과물을 판매하는 김 모(62) 씨는 매년 추석이면 제수용 과일을 묶음으로 구성해 매대에 내놨지만, 올해는 아예 준비하지 않았다.
김 씨는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든 데다 제수용 과일을 사더라도 과거처럼 시장에서 한 상자씩 구매하는 손님이 많지 않다"며 "낱개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고 전통시장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환급 행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국 300개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과 수산물 구매액의 최대 30%를 1인당 2만원 한도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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