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구
| 2026-06-04 11:09:51
피치컴 시대에 MLB 벤치서 구종 지시…신기술과 전통의 충돌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무선 송수신기(피치컴)를 통해 투수와 포수가 교감하는 시대에 벤치에서 구종 사인을 내는 팀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콜로라도 로키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4일(한국시간) 빅리그를 점령한 신기술과 전통적인 시각이 충돌하는 격전지 중 하나로 '벤치 사인'을 조명했다.
벤치 사인은 말 그대로 더그아웃에 있는 코치나 전력분석관이 투수에게 어떤 공을 던지라고 사인을 내는 것을 일컫는다.
공 하나하나마다 사인을 낼 수는 없지만, 승부처에서 감독이나 투수코치 등이 사인을 내는 장면은 예전에 어느 나라에서건 흔했다.
피치컴은 '사인 훔치기'와 같은 논란을 줄여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자 MLB가 도입한 기기다. 외야수들도 피치컴을 착용하고 투수와 포수의 볼 배합을 고려해 수비에 도움을 얻는다.
볼 배합과 구종 선택은 투수와 포수의 고유 영역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선 벤치가 과학 기술을 앞세워 사인 교환에 적극 개입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마이애미 구단은 지난해 실험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벤치 사인을 활용한다.
더그아웃에 있는 코치진이 방대한 데이터와 투수의 공 회전수, 경기 중 타자의 약점 따위의 실시간 자료를 태블릿 PC로 분석해 구종 사인을 수신호로 포수에게 보내고, 포수가 이를 투수에게 피치컴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마이애미 구단이 벤치 사인을 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투수와 포수 대부분이 젊어서다. 이들의 부족한 경험을 과학으로 메우겠다는 뜻이다.
2022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마이애미 투수 산디 알칸타라는 USA 투데이에 "오래 뛰어온 내게 (벤치 사인은) 무척 다르고 새롭다"며 "우리 팀의 젊은 투수와 포수를 돕고자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들을 계속 신뢰하기로 했다. 우리가 더 나아지기 위한 아주 좋은 방안"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콜로라도 구단은 '투수 지옥'으로 악명 높은 해발 1천600m 쿠어스 필드에서 투수들의 생존을 위해 벤치 사인을 적절히 사용한다.
그러나 시애틀 매리너스의 포수 칼 롤리는 "멍청한 짓"이라고 벤치 사인에 공개로 반대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투수 루커스 지올리토도 "경기 전과 경기 중 타자의 스윙을 간파해 투수와 포수가 의사를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경험상 선수가 더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전통을 옹호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아직 피치컴을 활용한 벤치 사인 논의는 없었다고 KBO 사무국 관계자가 전했다.
KBO리그 규정 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보면, 경기 시작 후 벤치와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과 관계자는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또 경기 중 구단 관계자가 이런 장비를 사용해 감독, 코치, 선수에게 정보도 제공할 수도 없다.
현재 KBO리그에서 경기 중 더그아웃에 반입할 수 있는 전자장비는 KBO 사무국이 제공하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판독 기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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