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재난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아름다움…홍순명 개인전

김경윤

| 2022-09-23 11:00:02

▲ 홍순명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 [사비나미술관 제공]

압도적 재난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아름다움…홍순명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태풍이나 화산, 폭발과 같이 한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공포뿐일까?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어쩌면 압도적인 크기와 힘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홍순명(63) 작가의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재난 풍경 연작을 전시해 관객들에게 두려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양가적 감정을 끌어낸다.

이 재난 풍경 연작들은 50∼60㎝ 사이즈의 작은 캔버스 100∼120개를 재조합해 제작했다. 작품의 크기는 최대 10.8m에 달한다.

이같이 엄청난 크기를 바탕으로 고통과 환희, 불쾌와 쾌가 공존하는 숭고함을 극대화한다.

홍 작가는 "미의 예찬과 재난의 고통이라는 상반된 상황이 공존하는 불편한 풍경이 오히려 나의 미학적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고 밝혔다.

'빙산' 연작에서는 거대한 얼음층에서 쪼개져 나온 작은 얼음덩어리에 초점을 맞췄다.

바다 위에 떠다니다가 녹아내리는 얼음 조각들은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구현해 쉽게 사라져 가는 존재의 슬픔을 표현했다.

가족과 세대 갈등을 다룬 '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연작은 작가의 가족 이미지를 바탕으로 1932∼1985년 사이에 벌어진 여러 이미지를 겹쳐 흉터처럼 남긴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모두 홍 작가가 20년 넘게 탐구하고 있는 미학 개념인 '사이드스케이프'와도 연결된다.

사이드스케이프는 기존 이분법적이고 양자택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부에서 새롭게 대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사이드'의 의미를 확장하고 발전시키려 했다는 설명이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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