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 2026-07-15 10:53:21
전북지사, 새만금 카지노 추진에 '사회적 합의·신중론' 대두
공론화 '전무'…지역사회서 부작용 우려 팽배
전문가들 "침체기에 생계 자산까지 흡수…지역 경제 건전성 해쳐"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추진 의사를 밝히자 사회적 합의 없는 정책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역 경제를 견인할 관광 활성화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오픈 카지노를 제시했으나, 학계와 시민사회는 도박 산업 도입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지적하며 보다 신중하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도민 공감대 형성' 공론화 절차 생략
이 지사는 새만금 복합리조트가 광활한 관광레저용지를 활성화할 '앵커시설'이라며 출입 횟수와 베팅 한도 제한 등의 보완책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도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채 '깜짝쇼'로 진행돼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정책 결정 시 경제적 수치나 단순 행정 규제를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의 민주적 숙의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제주대학교 김준표·김석준 연구팀은 과거 도박 합법화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정당성 확보 도구로 악용됐던 사례를 들며 "찬반 비율 수치에만 기대어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공론장을 정지시키고 민주 정치를 실종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치열한 합의 과정 없는 카지노 추진은 민주적 정책 결정의 전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절충안을 찾고 단계별로 의제를 토론하는 치열한 합의 과정이 정책 결정의 전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기본적인 여론조사나 설명회, 주민공청회, 공론화 위원회 가동 등 공론화 절차를 전부 생략했다.
◇ 도박 중독 결과는 지역 사회의 '불가역적 사회적 부채'
카지노 산업이 가진 사행적 특성과 이로 인한 폐해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들은 이 지사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거리가 있다.
을지대 김영호 교수와 강원랜드 KL중독관리센터 김용근 연구위원의 실증 연구는 카지노 도박자가 불법사금융(사채)을 이용할 경우 겪게 되는 파멸적인 구조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카지노 주변에서 사채업자와 도박자가 맺는 관계를 단순히 '공생'으로 볼 수 없으며 도박자의 재산을 끝까지 착취하고 사회적 재기를 원천 차단하는 '기생 관계'로 정의했다.
이 구조 속에서 도박자들은 일반 도박자보다 자살 시도, 가정폭력, 실직 경험이 월등히 높았으며 결국 가족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카지노 노숙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이러한 파괴적인 결과들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가 치유하고 재활해야 할 '불가역적인 사회적 부채'로 남게 된다.
연구진은 도박 산업이 경제 침체기에 지역민의 마지막 생계 자산까지 흡수하는 '빨대 효과'를 유발해 지역 경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한 숙고 절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전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제인 만큼 민선 9기 도정은 '반짝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지역 공동체의 건강성과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 시민사회는 이 지사의 이번 발표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 지사가 미래 신산업 육성과 같은 건강한 대안 대신 손쉽고 자극적인 사행산업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두고 "도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힐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새만금의 미래는 도박이 아닌 생태와 혁신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도박산업 도입이 첨단 산업단지로 도약하려는 전북의 흐름을 스스로 저해할 것을 우려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카지노 산업은 결코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상생의 산업이 될 수 없으며 지역사회를 뿌리째 갈아먹는 '기생 산업'일 뿐"이라며 "도박 중독자 양산, 사채업 성행, 자살률·범죄율 급증 등 카지노가 지역사회에 가져올 악순환은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출입 횟수와 배팅 한도를 제한하면 된다는 이 지사의 인식은 도박의 파괴력을 지나치게 간과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 지사는 내국인 카지노 유치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진정으로 전북의 백년대계를 위한 실효성 있고 건강한 투자유치 대안을 도민 앞에 다시 제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 참고 논문 : 제주지역의 도박 합법화와 사회적 합의의 과제(김준표·김석준), 카지노 도박자의 불법사금융 이용 폐해에 대한 사회복지적 대응 방안(김영호·김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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