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 2021-11-13 11:00:01
[OK!제보] "기름 안 넣으면 요소수 안 팝니다"
고속도로 주유소 '끼워팔기'에 화물차 기사들 불만
"요소수 대란 악용한 상술·횡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한국도로공사가 임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들이 기름을 넣는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덤프트럭 기사인 문모씨는 최근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찾았다.
하지만 주유소 직원으로부터 "기름을 150∼200ℓ 이상 넣는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판다"는 답변을 들었다.
주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료 탱크에 빈 곳이 거의 없었던 문 씨는 "기름을 더 넣으려면 연료 탱크 속 기름을 바닥에 버려야 할 상황"이라고 항변했지만, 직원은 주유소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요소수를 구입하지 못한 문 씨는 주변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대여섯 곳을 돌아다녔지만, 하나 같이 주유하는 차량에만 요소수를 팔고 있었다고 했다.
문씨는 13일 "정부가 화물차 기사들을 위해 이동량이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를 우선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유하는 차량에만 요소수를 파는 것은 이를 악용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형 트럭을 소유한 기사들은 주유소 한 곳을 정해놓고 그곳에서 주유하는 대가로 주차 공간을 제공받는데,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주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단골 주유소로부터 차를 빼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나 주유소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문씨처럼 주유소에서 '끼워팔기'를 겪었다는 이들의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 남부권의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방문했다는 한 누리꾼은 "기름과 연료 첨가제 등을 포함해 5만원 이상 결제해야 요소수를 넣을 수 있다고 했다"며 "어쩔 수 없이 기름과 연료 첨가제까지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가 직영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이어서 직접적으로 단속할 수는 없다"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요소수를 사려는 줄이 워낙 긴데다 요소수를 별도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고객들도 있어 사재기 우려도 있다는 것이 주유소들의 입장"이라면서 "요소수를 별도 용기에 담아 구입하지 않고 직접 차량에 충전하는 고객에게는 기름을 넣지 않아도 요소수를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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