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은 정말 직장 충성도가 낮을까…가짜 '세대 감각' 탈피법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장 '세대 감각' 출간

성도현

| 2022-09-01 10:57:41

▲ 대졸구직 (PG) [백수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세대 감각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층은 정말 직장 충성도가 낮을까…가짜 '세대 감각' 탈피법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장 '세대 감각'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젊은이들은 노동의 구조적 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직업 안정성의 저하와 재정 상황의 악화로 정규직 청년들이 일자리에 그 어느 때보다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닌다는 그들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알려진 바비 더피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정책연구소장 겸 공공정책학 교수는 신간 '세대 감각'(어크로스)에서 "요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직장 충성도가 낮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는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재단의 2017년 보고서를 인용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는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 출생)가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자발적인 직장 이동의 가능성이 20∼25% 낮으며, X세대는 베이비부머(한국전쟁 이후 출생)보다 이동성이 낮다"고 밝힌다.

최근 젊은 세대의 자발적 이직률이 기성세대가 사회초년생이었을 때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세대가 이어질수록 변덕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따라서 사람들이 기존 직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잘못된 통념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게 해 위험하다고 말한다. 젊은이를 '끈기와 신의가 부족하다'고 간주하는 건 노동시장의 변동 및 직업 안정성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염된 세대 감각은 잘못된 이해를 조장하고, 세대의 진정한 현실과 변화의 원인을 파악할 기회를 놓치게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출생 시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이야기들은 세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증폭하고, 사회 변화의 진짜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3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산과 주거, 사생활과 정치에 이르는 10가지 분야를 살핀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부의 격차가 심화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주택 문제가 세대에 관한 이야기 소재가 되면 본말이 전도된다"고 지적한다.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는 시각에 따르면 젊은이들의 독립심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느끼게 해 집값 폭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 성향의 문제로 축소·왜곡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태도는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는 격이기 때문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주택 보유율이 기성세대의 보유율과 얼마나 격차가 나는지, 세계적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실증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중장년층이 젊은 층에 비해 환경과 같은 미래 이슈에 관심이 적다는 통념을 비롯해 전 세계적 불경기가 세대별 자산 형성에 미친 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고립감과 외로움 등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 결혼율과 이혼율 등 개인 생애 주기에서 발견되는 변화 등도 조망한다.

이영래 옮김. 4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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