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사' 역사 왜곡 논란…"일본 극우 용어 사용"(종합)

'임나일본부설' 근거 일본서기 지명 차용…"통탄 금할 수 없어"
전북·전남·광주 사실관계 확인 중…봉정식은 예정대로 진행

정경재

| 2022-12-19 10:54:03

▲ 전라도 천년사 [전북연구원 제공]

'전라도 천년사' 역사 왜곡 논란…"일본 극우 용어 사용"(종합)

'임나일본부설' 근거 일본서기 지명 차용…"통탄 금할 수 없어"

전북·전남·광주 사실관계 확인 중…봉정식은 예정대로 진행

(광주·전주=연합뉴스) 손상원 정경재 기자 = 전라도 5천년 역사를 총망라한 사서인 '전라도 천년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사서 일부에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任那)일본부'설의 근거로 쓰인 '일본서기' 기술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19일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 전라도민연대(이하 도민연대)에 따르면 전라도 천년사는 전북 남원시의 옛 지명을 '기문국'(己汶國)으로, 장수군 지명을 '반파국'(伴跛國)으로 썼다.

도민연대는 이러한 지명을 삼국사기 등 국내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라도 천년사는 전남 해남군 또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침미다례'(忱彌多禮)로 규정하고, 임나일본부설의 핵심 용어인 '임나 4현'까지 삽입했다.

도민연대는 당초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담으려던 책이 오천년사를 아우르기로 갑자기 계획을 변경한 게 석연치 않다며 고의적 왜곡 의혹을 제기했다.

도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극우파와 강단학자들이 날조한 용어가 버젓이 책에 쓰인 것은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라며 "최종본이 공개되면 얼마나 더 많은 왜곡과 날조가 발견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제강점기 일본 천황의 칙명으로 우리 역사의 혼과 얼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며 "전라도 천년사가 왜곡되면 우리의 역사 또한 왜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행정기관보다는 (집필에 참여한) 위원들이 입장을 내는 게 옳은 것 같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언론 등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와 광주시도 도민연대의 지적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삼국사기에는 없고 일본서기에만 등장하는 명칭을 갖다 써서 논란이 있는 것 같다"며 "침미다례라는 명칭은 (일본서기와 무관하게) 이미 자체적으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해남군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 내용만으로는 식민사관이나 역사 왜곡으로 보기 어렵지만, 논란에 휩싸인 내용에 대한 추가 검증 여부 등을 전북도, 광주시와 논의하겠다고 전남도는 전했다.

광주시는 아직 역사 왜곡 등 논란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면서도 개편 가능성은 열어뒀다.

광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e북 형태로 내용을 공개하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편찬위원회 토론, 사안에 따라 학술대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공지하고 지속해서 내용을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도 천 년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3개 광역단체가 24억원을 들여 합작한 대형 역사 기록 프로젝트다.

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연구원이 주관해 총서(해설서) 1권과 고대∼현대 시기별 통사 29권, 도백 인명사전 등 자료집 4권 등 34권을 펼쳐냈다.

당초 고려 현종 9년(1018년)부터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2018년)까지 1천 년 역사를 기록하려고 했으나 편찬 범위를 확대해 5천 년사를 모두 담았다.

무려 600여 명이 각고의 노력을 거친 끝에 2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서를 펼쳐내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모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그 빛이 바래게 됐다.

전북도와 전남도, 광주시는 오는 21일 전주시 라한호텔에서 예정대로 사서 봉정식을 열고, '전라도 자존을 회복한다'는 의미의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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