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20 15:12:52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합니다. 전 세계가 새롭게 눈 뜨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20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공식 브리핑에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 on World Heritage·'부산 선언')의 의미를 이같이 말했다.
이날 본회의를 시작한 위원회는 의장국이자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주도하고 21개 위원국과 주요 자문기구가 작성한 '부산 선언'을 채택했다.
'부산 선언'은 최근 세계 각국의 유산이 겪는 상황을 고민한 결과다.
세계유산협약의 5가지 전략 목표(5Cs)에 '협력'(Collaboration)을 더해 무력 분쟁, 기후 변화, 개발 압력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연대를 강조했다.
5C는 신뢰도(Credibility), 보전(Conservation), 역량 강화(Capacity-building), 소통(Communication), 지역사회(Community)를 뜻한다.
올해 4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국내외 전문가들과 논의에 나섰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국제문화유산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등과 초안을 작성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세계유산이 나아갈 방향을 고심한 결과"라며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논의 등도 최초로 공론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예프 알파예즈 유네스코 문화사무총장보는 최근의 기후 변화, 분쟁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세계유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유산은 단순히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원이며 한 번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온전히 복구되는 게 어렵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행동을 강조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유산 보호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공식 선언을 채택한 것은 2021년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제44차 위원회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선언에는 세계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각 유산의 가치를 책임 있게 해석하는 '포용적 해석', 세계유산 관리의 '공동 책임' 등도 명시됐다.
국가유산청은 선언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부산시와 함께 가칭 '부산 포럼'을 열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부산 선언'의 의미와 역할에 관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텐산(天山) 산맥 서부 지역과 같이 국경을 초월한 유산을 보존·관리하거나 신규 등재를 추진할 때 도울 예정이다.
태평양 군소도서개발도상국(SIDS), 아프리카 등의 유산 보호에도 힘을 보탠다.
아소모 센터장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엄중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며 "확고한 의지로 나아간다면 흐름의 방향을 돌릴 수 있다"고 협력의 힘을 강조했다.
이번 '부산 선언'이 향후 세계유산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유산 의제 분야 전문가인 이화종 한양대 박물관 연구교수는 "'부산 선언'과 같은 정책 문서는 세계유산협약이 추구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보여줘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교수는 "갈등의 시대에 협력은 중요한 키워드"라며 "세계유산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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