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은 소수·명문대 출신 대세인 MLB 단장의 세계

장현구

| 2020-12-06 10:50:01

▲ MLB 텍사스 구단의 새 단장 크리스 영의 현역 시절 투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 출신은 소수·명문대 출신 대세인 MLB 단장의 세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지난 주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관련 주요 소식 중 하나는 크리스 영(41)의 단장 선임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은 5일(한국시간) 영을 새로운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추신수(38)를 텍사스에 영입한 존 대니얼스 단장은 구단 야구 운영 부문 사장 직무에 전념한다.

영 단장은 전직 빅리거이면서 명문 프린스턴대학 출신의 행정가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다시 말해 소수이면서도 주류라는 독특한 지위를 누린다.

2m 8㎝의 장신인 영은 빅리그에서 13년을 뛰며 통산 79승 67패, 평균자책점 3.95를 남겼다.

현재 빅리거 출신 단장은 영과 더불어 역시 투수로 통산 27승 24패를 올린 제리 디포토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 두 명뿐이다.

마이너리그 경력자를 포함하면 27개 구단의 프로 선수 출신 메이저리그 현직 단장은 6명에 불과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3개 구단의 단장은 공석이다.

영 단장은 또 빅리그 단장들의 대세인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 출신이다.

아이비리그는 하버드, 예일, 코넬, 프린스턴, 필라델피아, 다트머스, 컬럼비아, 브라운 대학을 일컫는다.

올해 6월 ESPN은 구단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단장, 부사장, 사장 등 의사 결정권자로 활동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임원의 비율이 2001년 3%에서 2020년 43%로 급등했다고 소개했다. 6일 현재 아이비리그 출신 단장은 9명이다.

같은 기간 선수 출신 구단 의사결정권자의 비율은 37%에서 20%로 급감했다.

야구를 한 경험이 없는 똑똑한 천재들이 야구단을 장악하는 데 산파 노릇을 한 이는 두 번이나 저주를 푼 해결사 테오 엡스타인 전 시카고 컵스 사장이다.

예일대 출신의 엡스타인은 단장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컵스로 옮겨서는 사장으로서 '염소의 저주'를 넘어 2016년 컵스에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최근 컵스와 결별하고 다른 행선지를 찾는 엡스타인은 야구단 운영에 인생을 건 천재들의 사표와도 같은 존재다. 엡스타인의 성공 신화를 참고해 많은 구단이 아이비리그 출신의 영재들을 단장 또는 구단의 책임 있는 보직에 앉혔다.

데이터 분석과 프로그램 운영에서 기존 야구 종사자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아이비리그 영재들은 자신의 동문 후배들을 야구단으로 이끌어 세력을 확장했다고 ESPN은 전했다.

영 단장은 은퇴 후엔 메이저리그 사무국 수석 부사장으로 일하며 행정의 영역을 경험했다.

선수로 뛴 경력을 합쳐 빅리그의 생리를 어쩌면 가장 잘 아는 영 단장이 독특한 이력을 발판삼아 새로운 단장의 시대를 개척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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