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공포물이 아니다…신선함으로 무장한 요즘 'K-호러'

넷플릭스 '기리고', 글로벌 4위…영화 '살목지'도 이례적 흥행
통상적 문법 버리고 완성도 높여…신인배우 약진도 '눈길'

고가혜

| 2026-05-02 10:45:34

▲ 넷플릭스 '기리고'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살목지'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리고' 속 배우 백선호, 전소영, 현우석, 강미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뻔한 공포물이 아니다…신선함으로 무장한 요즘 'K-호러'

넷플릭스 '기리고', 글로벌 4위…영화 '살목지'도 이례적 흥행

통상적 문법 버리고 완성도 높여…신인배우 약진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여름 시즌을 한참 앞두고 공개된 'K-호러물'들이 때 이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장르물과 로맨스물이 장악한 콘텐츠 시장에 호러물이 신선한 소재와 파격적인 연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젊은 시청자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2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는 수위 높은 잔인한 장면들과 몰입감 높은 전개로 입소문을 타며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 쇼 글로벌 4위라는 깜짝 성적을 거뒀다.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에 깃든 저주를 피하려는 고등학생 5인방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배우 전소영·강미나·현우석·이효제·백선호 등 신인 위주의 캐스팅에도 박윤서 감독의 촘촘한 연출과, 스마트폰 앱이라는 현대적 소재, 무당 등 한국식 오컬트 요소 등이 맞물리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장에선 영화 '살목지'가 개봉 20여 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공포 영화가 200만 고지를 넘긴 것은 2018년 개봉한 '곤지암' 이후 8년 만이다.

이 작품은 로드뷰(거리 보기) 서비스 소속 직원들이 거리 촬영을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주역 김혜윤을 비롯해 이종원·김준한·김영성·오동민·윤재찬·장다아 등의 호연과, 실제 공포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살목지 괴담을 소재로 활용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주목할 점은 두 작품 모두 '여름 계절 한정'이라고 평가받는 공포 장르를 택하면서도 업계의 통상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목지'는 한여름이 아닌 봄 시즌에 극장을 찾았고, '기리고'는 연중 언제든 스트리밍으로 접할 수 있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서히 날씨가 풀리고 공포물에 대한 관객의 갈증이 생겨나던 시점에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와 호응을 얻은 것"이라며 "비주류 장르인 공포물도 완성도만 있다면 어느 시기에 나와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두 작품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 앱과 로드뷰 서비스 같은 현재의 일상 플랫폼을 공포의 매개로 끌어들여 젊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특히 두 작품은 10∼30대 사이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단순 관람을 넘어선 체험형 콘텐츠로 떠오르며 인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기리고' 시청자들은 극 중 저주의 매개인 '기리고' 앱이 실제 앱 스토어에 출시되자 이를 직접 다운로드해 사용해본 뒤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살목지' 팬들도 영화 촬영지인 충남 예산의 살목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영화관에서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공포를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인 배우들의 약진도 또 다른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기리고'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연기력 좋은 신인 배우 위주로 주연급 라인업을 채웠고, '살목지' 역시 탄탄한 티켓 파워를 지닌 톱스타 대신 공포 장르에는 처음 도전하는 김혜윤과 이종원, 윤재찬, 장다아 등 요즘 떠오르는 신예들을 활용해 대중에게 뻔하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소개했다.

'기리고' 연출을 맡은 박윤서 감독은 "대중에게 너무 익숙한 얼굴보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을 찾으려 했다"며 "작품이 잘 돼서 '여고괴담'처럼 신인 배우들이 더 많이 빛을 볼 수 있는 등용문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기리고'와 '살목지'는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K-호러물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력도도 높은 편이다. '기리고'의 경우 무당 등 한국적 샤머니즘을 작품에 녹여냈고, '살목지'는 한국 전통 귀신 중 하나인 물귀신을 소재로 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움을 더한다.

하재근 평론가는 "최근 OTT라는 글로벌 유통망이 생기면서 한국이 쌓아온 공포물 제작 노하우가 세계적으로 빛을 발하게 됐고, 해외 관객들도 이국적인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찾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한다면 한국적 공포물이 세계적으로 더 크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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