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원
| 2026-02-10 09:49:39
영화로 보는 불멸의 명작…'폭풍의 언덕'·'몬테크리스토 백작'
마고 로비 주연의 파괴적 사랑…한 편에 압축한 장대한 복수극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이른바 '세계 명작소설'로 꼽히는 두 작품이 연달아 영화로 만들어져 극장에 걸린다.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그간 수많은 연극과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각색된 작품들이지만, 화려한 출연진과 볼거리로 '이야기의 힘'을 배가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폭풍의 언덕'은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과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감독이 의기투합해 원작의 분위기와 감성을 과감하게 재해석했다.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2021)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에메랄드 페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할리우드 대표 배우인 마고 로비가 제작자 겸 주연으로 나섰다. 히스클리프 역은 지난해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 역으로 호평받은 제이콥 엘로디가 소화했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미래를 함께할 수는 없는 캐시(마고 로비 분)와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의 파괴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큰 틀은 원작 그대로다.
황량하고 늘 거센 바람이 불어 '폭풍의 언덕'으로 불리는 영국 요크셔의 외딴 저택에 빌붙어 사는 고아 소년 히스클리프가 주인의 딸 캐시와 지독한 사랑에 빠진다.
캐시는 경제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바닥을 쳐가는 몰락 귀족의 딸로서 기댈 곳 없는 히스클리프와 거의 비슷한 결핍을 안고 자란다.
두 사람은 곤궁함이나 애정결핍, 자기혐오, 폭력성 같은 어두운 특성을 쌍둥이처럼 비슷하게 공유한다. 인생에 두 번은 없을 깊은 사랑을 하면서도 서로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할 줄 모르는 것도 똑 닮았다.
어른이 된 캐시와 히스클리프는 현실적인 여건으로 잠시 떨어지지만, 끊었던 안 좋은 버릇을 다시 답습하듯이 서로를 찾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방과 자신을 모두 파멸로 이끄는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맹목적인 정념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됐다.
이를테면 캐시의 침실은 배우 마고 로비의 피부 스캔본을 라텍스에 인쇄해 벽면을 덮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혈관과 주근깨까지 그대로 담았고, 카펫과 커튼은 캐시의 머리카락을 땋아놓은 듯한 장식으로 꾸며졌다.
공간 자체가 캐시를 상징하도록 한 설계로, 기괴함과 묘한 설득력을 동시에 준다.
마고 로비는 "에메랄드 펜넬 버전의 '폭풍의 언덕'은 뱃속에서 들끓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한 줄 평을 전했다.
이에 못지않게 도파민을 자극하는 서사를 자랑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억울한 누명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 청년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 이들에게 심판을 내리는 원작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되, 영화적 스케일을 키웠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연출한 마티유 델라포르트·알렉상드르 드 라 파텔리에르 감독은 지금까지 제작된 영화판 가운데 가장 높은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로 환산하면 4천 페이지에 달하는 장대한 원작의 서사를 한 편의 영화에 압축해 담았다. 상영 시간은 178분으로 일반적인 상업 영화와 비교하면 다소 긴 편이지만, 원서의 분량을 고려하면 과감한 재구성이다.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 역은 프랑스 대표 배우 피에르 니네이가 맡았고, 이어지지 못한 연인 메르세데스는 아나이스 드무스티에가 소화했다.
제77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처음 공개됐으며, 프랑스 영화계의 권위 있는 상인 제50회 세자르상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