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공주 곁에 둔 영롱한 빛…1천500년 전 장례식 다시 열린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쪽샘 44호 무덤 시신·부장품 안치 등 재현
당대 장례 풍습·문화 연구…"신성함·권위 더해진 시각적 드라마" 주목

김예나

| 2026-07-16 10:41:04

▲ 지난해 축조 실험 공개 설명회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쪽샘 44호 무덤의 시신 안치 재현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023년 축조실험 공개 설명회 당시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비단벌레로 장식한 말다래(장니) 출토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말다래 삽화 그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쪽샘 44호 무덤에서 출토된 바둑돌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발굴 조사 당시 모습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롱한 빛깔의 비단벌레 날개 장식으로 꾸민 말다래(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 금동관과 금귀걸이, 바둑돌….

1천55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어린 공주의 마지막 길은 어땠을까. 신라의 옛 장례 풍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공주의 '장례식'이 경주에서 다시 열린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이달 17일 오후 5시 경주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경주 쪽샘 44호분 장례 재현식' 행사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쪽샘 44호분은 신라 왕족인 어린 여성이 묻혔으리라 추정되는 무덤이다.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 무덤이 모인 쪽샘지구 일대를 조사하던 중 위치를 확인해 2014년부터 약 10년간 조사한 결과, 유물 800여 점이 출토됐다.

연구소는 이번 장례 재현식에서 무덤 안에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고, 의례를 지낸 뒤 안쪽 덧널 뚜껑을 덮는 과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무덤 주인이 착장한 복장과 장신구, 주변에 놓인 유물 등을 재현하고 고대 안료인 주(朱)와 돌비늘(운모·雲母) 등도 흩뿌린다.

주는 고대 무덤 안에서 벽면과 바닥에 흩뿌리거나 칠하는 붉은 안료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돌비늘은 표면이 비늘처럼 얇은 조각으로 갈라지는 성질을 가진 광물로, 신라 무덤에서는 시신 주변에 흩뿌리거나 여러 매를 엮은 상태로 발견된다.

연구소는 덧널을 덮는 뚜껑도 고증을 거쳐 가능한 옛 모습을 되살렸다.

뚜껑 무게는 약 500㎏로 판재, 꺾쇠, 가로 방향 목재(띠장) 등을 조립한 뒤 10개의 손잡이를 달아 완성했다.

또 경주 계림로의 옛 무덤에서 출토된 수레 모양 토기를 참고해 만든 목제 수레, 조랑말 등도 준비해 당시 장례 모습을 생생히 선보일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무덤을 만드는 21단계 전체 공정 중 9단계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장례식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신라 무덤과 장례 문화를 연구하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연구소는 그간의 연구·조사 성과를 토대로 2024년부터 무덤을 다시 쌓는 축조 실험을 하고 있다. 세계 고고학 분야에서도 유례가 없는 실험이다.

조사를 이끌어 온 정인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신라 왕족의 어린 여성 무덤에 놓인 비단벌레 장식 유물의 의미에도 주목했다.

정 학예연구사는 최근 연구소가 개최한 '유전자 분석으로 본 신라 사회' 학술대회에서 비단벌레 장식 유물이 "고도의 정치적·종교적 퍼포먼스 장치"라고 설명했다.

무덤을 만드는 공정과 부장 공간, 유물 출토 양상 등을 고려하면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는 무덤 주인의 시신을 안치한 뒤 부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비단벌레 마구류를 부장하는 식순은 장례식의 엄숙함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라며 "강렬한 초록빛 무지개색 광택이 시선을 압도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학예연구사는 비단벌레 날개의 색과 붉은색 직물의 대비를 언급하며 "지배 왕권의 신성함과 권위의 표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된 정교한 시각적 드라마"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망자에 대한 슬픔을, 장례식의 압도적인 화려함 속에 담아 희석하려는 정서적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17일 재현 행사를 연 뒤 18∼19일에는 총 12차례에 걸쳐 무덤 축조 실험과 장례식의 의미를 소개하는 공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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