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9-11 09:49:40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짙은 배경의 천 위로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옛사람들이 봤던 하늘과 우주를 채운 금빛이다.
북극을 중심에 두고 태양이 지나는 길과 행성, 별까지.
장인은 얇은 금박을 정성 어린 손길로 찍어내며 조선시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속 하늘을 펼쳐냈다.
조선 철종(재위 1849∼1863) 대인 1856년부터 가업으로 전통 금박공예의 맥을 이어온 국가무형유산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장인(금박연 대표)이 풀어낸 금빛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리고 있는 '금별, 우주를 만나다' 전시는 김기호 보유자의 작업과 예술적 가치를 조명한 자리다.
금박은 금을 두드려 종이보다 얇게 만든 뒤, 직물이나 기물 위에 붙여 글씨와 문양을 표현하는 전통 공예 기법으로 2006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김기호 보유자 집안은 조선시대 왕실 재정을 관리한 내수사(內需司)에 근무하며 금박 일을 시작한 고조부부터 아들까지 6대에 걸쳐 전통의 손길을 잇고 있다.
김 보유자는 2018년 부친인 김덕환 보유자(1935∼2019)에 이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됐으며 왕실 복식과 전통 공예를 복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전시에서는 영원함과 존귀함을 상징하는 금박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여성의 예복 중 하나인 원삼(圓衫)을 비롯한 전통 복식과 한복 소품, 금빛 문양을 장식하고 옻칠로 마무리한 함 등을 소개한다.
한옥 공간이 지닌 특성을 살려 안채 곳곳을 금박 공예품으로 꾸민 점이 특징이다.
김 보유자가 평소 작업할 때 쓰는 도구와 작업장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사랑채에서는 김 보유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우주를 주제로 한 '금빛 우주', '금빛 궤도' 등 신작이 관람객 앞에 선다.
2012년과 2023년에 선보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숙종(재위 1674∼1720) 대에 제작된 별자리 지도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 문양이 돋보인다.
새롭게 완성한 작품은 전통 금박 문양으로 태양계의 행성과 우주를 표현했다.
전시를 준비한 종로문화재단 측은 "전통 금박 문양을 별과 행성, 궤도 등 우주의 이미지와 결합해 동시대 예술의 조형 언어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무계원에서 선보인 '한국의 미(美)' 기획전시의 하나다.
10월 3일에는 김기호 보유자가 금박공예의 역사와 전승 과정, 현대 예술로서의 가치를 직접 설명하는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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