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이 혈세 1억 낭비·장비 방치…이집트 ODA '총체적 부실'

국가유산청, 전통문화대 '이집트 디지털헤리티지' 사업 공익감사 청구
사전 조사 제대로 안하고 총 26억 투입…결과물 '허위' 제출 의혹도
"총장·처장 등도 연관"…임오경 "ODA 사업 관리 체계 ??

김예나

| 2026-09-22 09:42:23

▲ 쌓여 있는 이집트 ODA 사업 물품 지난 19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가유산청이 감사원에 제출한 공익감사 청구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가유산청이 감사원에 제출한 공익감사 청구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전통문화대가 이집트에 기증했다고 밝힌 기자재 모습 전통문화대가 작년 6월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전통문화대 '이집트 디지털 헤리티지센터 구축지원' 사업 소개 이집트 ODA 사업단 누리집 캡처 [전통문화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전통문화대 '이집트 디지털 헤리티지센터 구축지원' 사업 소개 이집트 ODA 사업단 누리집 캡처 [전통문화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쌓여 있는 이집트 ODA 사업 물품 지난 19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쌓여 있는 이집트 ODA 사업 물품 지난 19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쌓여 있는 이집트 ODA 사업 물품 지난 19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실에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임오경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가유산청이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해 온 이집트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업체 선정 과정부터 회계 처리 등 곳곳에서 문제가 확인돼 감사원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올해 2월 한국전통문화대의 '이집트 디지털헤리티지 구축 지원' ODA 사업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국가유산청은 ▲ 국가 재정 낭비 ▲ 용역업체 선정 부정 ▲ 성과물 납품 부실 및 부정 ▲ 회계 부정 의혹 등을 명시하며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집트 ODA 사업을 총괄해 온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 사업을 수탁받은 전통문화대 산학협력단, 이를 재위탁받은 A 기술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명시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전통문화대 산학협력단이 2023년 4월부터 2025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한 '디지털 헤리티지센터 구축 지원' 사업이다.

국가유산청은 2022년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룩소르, 카이로에서 5년간 약 176억원을 들여 ODA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중 카이로 사업은 이집트의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디지털 헤리티지 센터 구축 및 주요 박물관 유물을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하는 사업 등을 포함했다.

배정된 예산은 약 84억원으로, 2023∼2024년에 걸쳐 26억여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자체 감사 결과, 디지털 ODA 사업 전반에 걸쳐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했거나 위법 혹은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10건 이상 적발됐다.

예를 들어 국가유산청은 ODA 사업에 나서기 전 타당성 여부를 조사해야 했으나 민간 위탁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연구개발(R&D)을 위임해 사업이 지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혈세도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은 "심층 조사 시 세금 문제 등을 ODA 대상국과 협의해 면제되도록 해야 했으나 부가세를 이집트 정부에 납부해 국가 재정 1억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 소속 전통문화대의 부실한 사업 운영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전통문화대는 2022년 이집트 ODA 사업 실태 조사를 진행하면서 A 기술연구소 직원에게 출장비와 자문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에서 근무하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ODA 사업 실무 전반을 책임진 한 교수의 경우, 교수 채용에서 공직자 이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약 2년간 진행한 사업 곳곳도 허점투성이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디지털 DB로 구축하겠다고 계획한 유물 3만6천여 건 중 일부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인 2015년에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고, 장비 교육도 부실했다.

A 기술연구소 측은 사업에 착수하면서 연구원 명단(10명)에 없는 인력(21명)의 인건비를 지급했고, 과거에 만들었던 전시물을 결과물로 내기도 했다.

당초 계획과 다르게 장비를 구입한 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았다.

국가유산청은 "장비를 이집트에 보내지 않고 현재 전통문화대에 보관 중"이라며 "장비에 담을 영상 콘텐츠가 없는 상태로 구체적 제작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최보근 차장을 현지에 보내 관련 의혹을 조사했으며 이후 허민 청장 명의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ODA 사업을 수행한 실질적 주체는 전통문화대지만, 관리·감독해야 할 국가유산청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8월 익명의 제보자가 이런 내용을 신고한 뒤,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거론되자 뒤늦게 자체 감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공익감사 청구서에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전통문화대) 총장, 처장 등 고위 관계자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많은 의혹이 민간업체와 관련돼 있어 자체 감사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청구 사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은 "감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오경 의원은 "26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에서 남은 건 10년 전 자료가 섞인 스캔 파일과 국내 창고에 쌓인 장비뿐"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타당성 조사 없이 사업을 시작해 전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국가유산청의 ODA 사업 관리 체계 전반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 부여에 있는 전통문화대는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의 보존·관리·활용 분야에서 일할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00년 설립된 4년제 국립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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